### 권력기관간 견제장치가 무한부패 방지...대통령엔 공천권 없어 ###.
누가 미국을 이끈다고 생각하는가. 아무리 인기가 없다고 해도 당연히
현직대통령인 이 이 질문의 첫번째 대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지
극히 한국적인 상식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실제 상황은 정반대였
기 때문이다. 은 작년11월 중간선거 패배 이후 올 여름까지 한번도
「미국을 이끄는 인물」 조사에서 1등을 차지하지 못했다. 늘 1위 자리는
최근 공화당돌풍의 주역인 뉴트 하원의장(조지아)의 차지였다. 올
봄 의장의 국가 경영에 대한 미국인들의 찬성이 무려 51까지 치솟
았던 적이 있었다. 이 35안팎의 지지율에 허덕이고 있을 때였다.
물론 이런 일반 대중들의 인식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실제 권력은
의 을 중심으로 한 행정부에 집중돼 있고, 의회의 견제 장치
라는 것이 허울좋은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인데, 사람들이 그저 요즘 공화
당주도의 의회가 행정부보다 「힘이 더 세다」고 느끼는 것 뿐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행정부와 의회, 그리고 사법부의 권력 분립은 결
코 허울만 좋은 속빈 강정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오래 묵은 정치학 개론
서에나 봄직한 3권분립에 따른 「견제와 균형」이 실제 살아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일 대통령은 에서 밥 돌 상원원내총무(캔사스)와
하원의장등 의회쪽 사령탑들과 긴 회담을 가졌다. 이른바 교착 상
태에 빠진 「예산 정국」을 타개키 위한 것이었다. 이 모임이야말로 정부와
의회간의 권력의 추가 얼만큼 균형을 이루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자리
였다. 우리로치면 「여야 영수회담」 비슷한 성격의 모임이다. 그러나 그
속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정부측으로부터 의례적인 국정 설명을 듣고, 협
력을 요구받으면서 의회가 원하는 요구 사항이라는 것을 대통령에게 전달
하는 요식적인 자리가 아니라 진짜 양측 수뇌부들이 머리를 맞대고 무엇
을 주고 받을 것인가를 협상하는 자리였던 것이다.
매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1일로부터 한달이 훨씬 넘는 세월이 흘렀
건만 아직 정상적인 예산집행을 못한 채 「임시예산」에 의존하고 있는 정
부쪽 사정이나,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막았다는 비난을 피하면서 자신들의
예산개혁안을 관철시키려는 공화당 주도 의회측의 노력은 권력 분점의 전
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물론 세계 최대 외교 현안으로 자리잡은 사태도
마찬가지다. 올 6월까지만 해도, 어떤 경우에도 에 미지상군 파
병은 없다고 공언해 온 행정부이지만, 평화협상이 무르익으면서
이제 평화유지 활동을 위한 미군 파병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까지 가세해 이같은 행정부의 움직임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 탓에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다. 행정부 단독
으로 파병을 결정할 수도 있겠지만,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만일의 사태」
때문에 의회의 승인을 얻어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비난과 찬사를 나눠갖
자는 것이다.
대통령도 소속당 좌지우지 못해
이처럼 미국내 권력은 결코 대통령이라는 한 곳에 집중돼 있지 않다.
또 대통령이 자신의 소속당을 마음놓고 좌지우지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현재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과의 관계는 거의 최악이라고 해도 과
언이 아니다. 올해 인기 회복 작전에 나선 이 민주당을 거의 버리
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은 과거 집권 2년이 전통적인 민주당식 리
버럴리즘에 얽매였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한번더 「중도주의」(Centrist)로 회귀해
야 한다는 선거 전략이다. 우리 같으면 이럴 때 아마 대통령은 소속당 의
원들 전체에게도 「나를 따르라」라고 강요할 수 있을 것이지만, 미국에서
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은 미
국 정치인들의 철칙이다.
거의 매일 열려있는 상-하원 투표는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어떤 의원
이 어떤 사안에 어떻게 투표했는가가 다음 선거 또는 그 의원의 성향 분
석의 기초 자료로 이용되는 실정에서 대통령이나 지도부 생각대로만 움직
인다는 것은 기대키 힘든 일이다. 한국과 미국 정당은 그 발상및 연혁에
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국에서 대통령이 공천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제
도적으로 불가능하다. 각 주별로 정당별 선거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이를
통한 예비선거에서 후보가 확정된 후 다시 본선에서 겨루는 것이 미국의
선거다. 대통령이 자기 당 소속 의원들에게 지원 유세는 할 수 있을 지
몰라도 이들의 후보 선정과정에서부터 당락에 큰 입김을 행사할 수 없다.
또 실제 미국에서 한국식 중앙당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실정인 만큼 정
당 운영과 의원의 의정 활동이 대통령 또는 지도자 한명에 의존한다는 것
은 생각키 힘든 일이다.
한 사람의 지도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당이 만들어졌다 없어지고, 「어
른의 생각」이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한국식 정당인들에게는 꿈같은 상황
일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니, 권력 주변에 늘 도사리는 「검은 돈」도 분산된 권력의
궤를 좇아야만 한다. 와 한번 직거래하고, 정당은 무마 차원에서
적당히 성의 표시를 하면 되는 식의 원시적인 방법으로 돈을 뿌릴 수도
없지만,또 그렇게 했다가는 미국 정치의 상호견제 장치에 덜컥 잡힐 수밖
에 없는 것이다.
@@ 정치에 돈 많이 들지만 축재 안통하는 「투명정치」 @@.
미국은 결코 「돈 안드는 정치」와는 거리가 먼 나라다. 현 대통
령이 당선된 92년 대선 때 각후보마다 총 5억5천만달러(한화 4천2백여억
원)를 쓴 것으로 집계됐고, 웬만한 주상원및 하원, 주지사 선거 때 TV 광
고 등을위해 쏟아붓는 돈이 보통 수천만달러대에 이른다. 그리고 미국 의
사당에는 로비스트들을 위한 공공연한 회합 장소가 마련돼 있고, 이 창구
를 통해 정치자금이 조달되곤 한다. 그러나 준다고 덜컥 받을 수는 없다.
71년 제정, 수차례 개정된 우리의 정치자금법쯤에 해당되는 「미연방선거
운동법」(FECA)은 개인은 1천달러, 단체는 5천달러 이상을 한 후보에게 기
부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고, 모든 정치인은 2백달러 이상의 일체 정치
헌금을 공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한마디로 실제 정치에 드는 돈은 조
달토록 인정해 주되, 그 돈이 개인적 축재등에 사용되는지 여부를 감시하
는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인 셈이다. 물론 미국 정치가 절대 깨끗하
고, 결점이 없다고 하기는 힘들겠지만 오랜 미국 민주주의의 관행과 윤리
의식 만큼은 우리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다.
요즘도 미 상원은 이른바 의 돈 문제인 「화이트 워터 스캔들」에
관한 청문회를 매일같이 열고 있다. 아칸소주 주지사 시절, 의 부
인 힐러리여사가 공동 참여한 화이트워터라는 부동산 회사의 대출 과정에
당시 주지사였던 이 직접 개입했느냐가 당초 핵심 쟁점이었다. 법
원에서 은 이에 관해 무혐의 판정을 받았고, 또 현직 대통령에 대
한 소추는 임기 만료까지 연기된다는 판결도 있었지만, 의회의 공세는 초
점을 바꿔가면서 끝나지 않고 있어 측이 화이트워터 공포에서 헤어
나기 힘든 실정이다. 이런 의회의 공세가 지리한 정치 소모전이라는 부정
적 측면도 담고 있지만, 최소한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의
사회-경제적 배경및 성장과정을 검토해 볼 수밖에 없는 긍정적 계기도 제
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 이런 권력기관간의 견제와 균형이 정치의 무한
부패를 막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음 또한 분명하다.
미국의 역대 주인들은 이런 견제와 균형 속에서 한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힘든(?) 재임기간을 보내지만, 떠날 때는 온 국민의 따뜻
한 환대 속에서 일반 시민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상대당 후
보선거 운동본부에 대한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 한 이른바 워터게이트 사
건때문에 미국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중도하차해야 했던 닉슨전대통령조차
퇴임 이후에는 명예회복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정치 유
산탓이 아닌가 싶다.
박두식 워싱턴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