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관저 코앞에 공관신축...CIA지부장 문책경질도 ###
### 양국관계자 앞다퉈 방한..."구한말 각축전 연상" ###.

정부가 KGB 후신으로 최근 설립된 FSB(연방보안국) 정보요원
들을 한국에 파견하자, 미국도 내년부터 FBI(연방수사국) 요원들을 한
국에 상주키로 결정하는등 한국을 둘러싸고 미국과 간 첩보전이
가열되고 있다.

더구나 주한러시아대사관이 공교롭게도 서울 정동 주한미대사관 관
저로부터 불과 60여m 떨어진 구 배재고 자리 언덕위에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로 건립될 계획이 지난 9월 공표되자, 미대사관측은 보안관계
등 여러 면에서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21일 주한외교소식통
및 관계당국등에 따르면 미국은 내년 9월부터 FBI 서울사무소를 공식개
설키로 하고 이미 주재 요원들을 서울로 파견근무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주한미대사관에는 CIA(중앙정보부) 한국지부와 DEA
(마약감시국) 한국주재관들이 파견돼 있었을뿐 FBI요원은 없었다.

이에 앞서 는 지난 90년 한-러 국교수립후 해외정보수집업무를
맡은 SVR(해외정보국) 요원들을 한국에 파견한데 이어, 지난 4월
국내외 정보활동을 총괄하는 FSB가 설립되자 곧바로 소속 정보요원들을
한국에 추가로 배치해 한국내 정보활동 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FSB는 구
소련의 막강한 정보기관이던 KGB 후신으로 지난 15일 모스크바 중심가에
서 인질로 잡혔던 연수단을 구출한 「알파특공대」도 바로 FSB
소속의 스페츠나츠(특수부대)다.

주한외교소식통들은 미국측의 신속한 FBI 서울사무소 개설 결정에 대
해 의 계속된 한국내 정보활동을 저지하기 위한 「맞불작전」으로
풀이하고 있다. FBI는 미연방차원의 범죄수사, 대테러진압, 방첩활동 등
을 고유업무로 하고 있다. 그러나 FBI의 한국진출의 의미는 겉으로 드러
난 업무차원을 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미 국무부는 예산감축때문에 해외공관에 인력을 늘릴
형편이 못되며, CIA(중앙정보부) 역시 작년 고위간부가 고정첩자
란 사실이 FBI 수사에 의해 드러나면서 엄청난 타격을 입은 상태』라면서
『상대적으로 부상된 법무부 소속의 FBI요원을 한국에 파견시킴으로써 한
국내 정보-방첩활동의 역량을 대폭 강화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FBI의 한국진출에는 최근 일본에서 활약하던 마피아가 일본경찰의
단속으로 근거지를 한국으로 옮기고 있다는 동향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
석도 있다.

관계당국들은 냉전 종식과 함께 등 구 사회주의 국가들이 앞
다투어 한국에 진출한 이후, 과거 한국내 정보를 독점하다시피한 미국이
서울서 벌어지는 국제정보전에서 쫓기는 입장에 처해진 반면, 는
맹렬히 추격하는 선두주자로 부상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4년간 의 한국내 정보망 구축도 성공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업가 관리 연구원 등으로 위장한 정보요원들이 한국의 대러
시아 우호 분위기와 맞물려 성과를 보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작년 미 CIA 한국지부장의 경질도 의미심장하다. 한 소식
통은 『작년 CIA 한국지부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돌연 경질된 것은
의 대한국 정보망 구축을 효과적으로 저지하지 못했다는 본국정부
의 판단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고 언급했다.

주한러시아공관원들의 숙소와 신축할 대사관의 위치가 정보활동에 최
적지라는 견해도 서울에서의 정보활동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
가되고 있다. 당국의 관계자는 『현재 대사관과 무역대표부 직원들
이 상주하는 서울 이태원 C아파트는 용산 미8군 사우스게이트로부터 불
과 3백여 떨어진 곳으로 미8군 영내와 출입상황이 그대로 관측된다』면
서 『정보활동 측면에서 이런 위치 선점은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배재고터에 들어설 연면적 5천7백40여평의 대사관에는 사무
실은 물론 직원들이 머물 숙소 학교 병원 운동시설 등 생활에 필요한 일
체의 시설들이 포함되며 빠르면 연내에 착공될 전망이다. 이 지역은 언
덕인데다 설계도대로 지상 42 규모의 고층빌딩으로 지어진다면 미대사
관저는 물론 구 경기여고 터의 미대사관 신축부지도 대사관에서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이와 관련, 미대사관측은 현재 공식반응을 보이
고 있지 않지만 관련 정보수집 등 다각도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국
내정보기관은 분석하고 있다.

한 정보관계자는 『80년대 미국이 모스크바에 대사관을 지으려다 보안
문제때문에 결국 포기한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사관의 위치는 엄청
난 전략적 의미를 갖고 있다』며 『과연 미국이 측 의도대로 건물을
짓도록 방관할 지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89년
동구권과의 첫 수교로 대사관이 서울 세종로 미대사관 건물 뒤편
에 위치한 E빌딩에 사무실을 개설하려다 실패한 사례를 상기시켰다. 미
대사관 입장에선 그만큼 민감한 문제라는 뜻이다.

국내 정보기관들도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간의 정보전이 가
열되고 있는 징후를 여러 면에서 발견하고 있다.

지난 9월말 ()에서 열린 「서울국제군수산업전(Def-
ence Seoul '95)」에는 세계 방산업체 관계자들은 물론 서울에서 공식-비
공식적으로 활약하는 미- 정보요원들이 쫙 깔려 탐색전을 펼쳤다
고 국내 정보기관은 판단하고 있다. 또 10월 들어 CIA국장을 역임한 윌
리엄 E. 콜비씨와 구KGB 제1총국장을 지낸 크리치첸코 육군소장 등 미-
측 전-현직고위정보관계자들이 앞다투어 내한하는 배경도 같은 맥
락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의 요충지인데다 팽창하는
경제력, 남-북한 대치 상황, 미군의 동북아 거점이라는 점들로 인해 사
실상 주변 강대국들의 정보각축장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비록 여건은 많이 달라졌지만 최근 주변강대국들의 한국내 움직임을 보
면 구한말때가 연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