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기여할 새로운 유럽가치 제시 베이징~서울~도쿄를 연결하는
동북아가 세계의 중심지로 부상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도는 오늘날, 우리
에게 유럽은 무엇인가. 그것은 유럽에서 시작된 근대화를 지상목표로 하
여 달려온 우리 스스로를 비추어보기 위한 보다 근본적 관점을 요구한다
. 근대적 도시, 부르주아계급, 제국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
주의 등 현대를 구성하는 중요한 역사적 범주들의 산실인 유럽의 역사와
문화는 단지 유럽인들만의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의 일부가 되어버렸
기 때문이다. 한때 공산주의자이자 반파시스트로서 레지스탕스운동에 가
담하였으며 반유럽주의자였던 프랑스의 유태계지식인 에드가 모랭은 그의
저서 유럽을 생각한다 에서 다양한 학문분야의 벽을 허무는 박학다식과
국경을 넘어서는 코스모폴리턴적인 입장에서 유럽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
를 넘나들고 있다. 모랭이 분석한 유럽문화의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
할 수 있다. 다양성과 자기비판능력이 그것이다. 다양성의 측면을 우
선 살펴보자. 유럽문화는 다양한 요소들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새로운 것
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핵적이고 다중심적인 복합체로서의
유럽은 인종-문화-계급-국가들 사이의 경쟁과 적대, 보완과 조화의
과정을 통해 독창적인 문화를 창조하였다. 유럽문화는 또한 기존의 것에
대한 부정과 비판이 가능한 정신적 풍토(자기비판능력)를 가지고 있다
. 새로운 문제제기를 통해 자율비판과 자율교정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유럽문화의 특징이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러시아와 전체주의
라는 서유럽공동의 위협이 사라진 오늘날의 유럽에서 모랭은 유럽의 지식
인들이 다양성과 자기비판이라는 문화적 자원을 재활용하여 유럽을 넘어서
세계에 기여하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을 제시한다
. 그는 쾌락적이며 소비지향적인 개인주의-허무주의와 열광적인 유토피아
사상을 넘어서는 새로운 유럽정신을 모색한다. 새로운 유럽의 건설은 정
치가와 기업가들만의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가치와 문화를 창조
하고 지키는 파수꾼으로서의 지식인의 역할에 달려 있기도 하다. 세계화
의 흐름속에서 반성과 개혁의 중심으로서의 유럽을 재창조하기 위해 유럽
사회를 객관화해서 돌아보고 내다보는 한 유럽 지식인의 자기성찰을 우리
는 이 책속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