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방 옐친 이미지손상 노린듯 13일 테러를 당한 러시아 주재 미
대사관은 모스크바에서 가장 중심가에 위치해 있다. 러시아 연방정부 청
사나 외무부 건물 등이 가까이 있고 또 부유층들이 몰려 살고 있어 경
찰의 경비도 비교적 좋은 곳이다. 이때문에 미대사관 주변은 모스크바에
서 부동산 임대료가 다른 지역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비싸다. 이러한
지역에서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오후 4시25분쯤 대전차 총류탄이라는
중화기를 미대사관에 발사하고, 대기하던 일행이 모는 차를 타고 유유
히 사라지는 정도의 대담하고 계획적인 범죄는 아무리 오늘의 러시아가
범죄의 천국 이라지만 아무나 할 수있는 일이 아니다. 이같은 범죄
를 저지를 수있는 집단은 러시아 군부와 연결된 극우파 민족주의 세력이
나 악명높은 러시아 마피아 정도다. 그러나 마피아가 이러한 민감한 정
치적인 테러사건을 저지를 가능성은 거의없다. 외신들은 일단 극우파의
범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근거로 러시아가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의 보스니아 세르비아계에 대한 폭격에 강력히 반발하는 것을 들고
있다. 실제로 12일 러시아정부는 나토의 공습을 집단 학살 로 규정
, 냉전이후 최강의 서방 비난성명을 발표했다. 13일에는 러시아 의원
5명이 인간 방패를 자임하며 보스니아로 출발했다. 이러한 러시아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미국측이 세르비아계에 대한 공습을 늦출 기미가 없
자 강경 러시아 민족주의 세력들이 클린턴 미대통령 특사인 스트로브 탈
보트 국무부부장관의 모스크바 도착에 때맞춰 미국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
으로 옐친의 친서방 개혁정책에 실망한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이나 공산주의
자들사이에서는 반미의식이 이미 상당한 정도로 축적돼 왔다. 또 과거
냉전시대 군부가 러시아국민을 상대로 펼쳤던 선전에의한 반미 감정이 아
직도 뿌리깊게 남아있다. 92년 정부와 민족주의자들의 충돌로 발생한
10월사태때 이미 양키 고 홈 이라는 구호가 나왔었다. 옐친의 친
서방 개혁정책이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전혀 향상시키지 못하자 민족주의세
력은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높은 정치인인
알렉산드르 레베지 전14군사령관등 옐친정권에서 소외된 야전군세력도 최
근 민족주의 논리를 앞세우며 옐친의 친서방적인 군사 외교정책을 비난한
다. 때문에 민족주의 세력과 손잡은 군부내 극우파세력이 러시아에서
반미 여론이 팽배한 시점에서 옐친정권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기 위해 또는
자신들의 미국에 대한 저항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이번 테러를 저질렀
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이번 테러는 미국이 아닌 미
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옐친을 겨냥한 것이 된다. 우태영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