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문화조항 불구,북에 심리적 타격/"분쟁땐 평화적 해결" 대체조약
추진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러-북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
(일명 군사동맹조약 ) 폐기 통보는 한반도주변 국제 질서의 흐름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주는 계기라 할 수 있다. 즉, 한반도와 관련된 당사
국들이 이념적 연대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실질적 관계를 모색해나가
고 있다는 구체적 징표인 것이다. 이번에 폐기통보된 군사동맹조약은
한반도 분쟁시 북한 지원을 위한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을 보장하는 근거
가 돼왔다. 61년 체결된 이후 이 조약은 냉전시대에는 북한 김일성체
제를 받쳐주는 버팀목의 하나였다. 따라서 유효기간을 1년앞두고 이뤄진
이 조약의 공식적 폐기는 북한체제에는 심리적 타격인 동시에 한반도
평화 정착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련 연방의
해체등으로 이 조약은 이미 사문화된 상태여서 조약 폐기로 인한 한반
도 질서의 여백이 결코 낙관적인 상황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닌 것같다
. 7일 이뤄진 러시아의 폐기 통보는 우리측 입장에서 보면 통일외교
의 성과로 평가된다. 한-러 관계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는 한국을
가상적으로 하는 자동군사개입조항(제1조) 사회주의에 입각한 이념적
동맹관계(전문)만의 부분 개정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라 조약 자체의 전
면 폐기 의사를 발표했다. 러시아의 이같은 전향적 자세는 한-러 관계
를 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러시아로서는 이번 조치가 자유시장
경제와 평화적 수단에 의한 분쟁해결이란 일관된 국가 정책하에 취해진
것으로서 구소련의 복귀가능성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를 떨치는 소재가
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이 조약의 폐기를 위해 적지 않은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6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는 김영
삼대통령이 옐친 러시아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직접 언급해 "이 조약은
이미 사문화됐으며 동 조약의 연장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
아내기도 했다. 북한은 이번 폐기 통보에 대해 일절 공식적인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인 손성필도 최근 "
이 조약에 매달릴 생각은 없다"는 말을 하는등 러-북간의 새로운 관계
설정에 노력하고 있다. 최근 러-북간에는 고위급 인사가 오가고 있
다고 한다. 지난 9일에는 셀레즈뇨프 러시아 하원 부의장이 평양을 방
문해 관련인사들을 접촉했으며 이어 북한 최고인민회의 인사들을 초청했다
고 한다. 이념적 동지로의 복원은 아니더라도 한-소 수교이후 벌어졌던
틈이 조금씩 메워지고 있다. 러-북간에는 현재 새로운 대체 조약
마련을 위한 협상도 진행되고 있다. 새 조약은 선린 우호관계 확인
평화적 방법에 의한 분쟁 해결 상호 주권존중의 내용이 담기는 수준
일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는 최근 이런 내용이 담긴 기본 우호관계
에 관한 조약안 을 제시해 북한측으로부터 동의를 받아냈다고 한다.
그러나 새 조약이 군사동맹 조약 폐기로 인한 북한의 고립감을 완화시켜
줄지는 의문이다. 고립감 해소를 위해 북한은 역으로 대미 외교에 더욱
역량을 집중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구성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