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축소- 현장과의 대화 중시/하버드 출신 미 정-재계 두터운
신임 92년 6월 마키하라 미노루씨가 일본 종합상사의 상징 미쓰비시
(삼릉)상사 사장에 취임하자 이런 소리가 들렸다. "검은 눈의 외국
인 ", "우주인이 찾아왔다." 그의 경력때문이다. 런던에서 태어난
마키하라 사장은 교포 자격으로 일본 사립국민학교에 편입했다. 그
러나 곧 미 고등학교로 전학갔고, 하버드대를 졸업했다. 56년 미쓰비
시 입사 뒤로도 20여년간 워싱턴 등 해외에서 근무했다. 미국 근무시
정-재계와 굳건한 파이프를 구축했고, 절친했던 루빈 재무장관이 미대
통령 보좌관 시절에는 사전 약속없이 백악관을 출입했다. 일본내 뿌리
가 약한 마키하라씨가 사장이 될 수있었던 것은 세상의 격변과, 그런
격변을 직시한 그룹경영진의 판단 덕이다. 92년 미쓰비시상사 신임사장
선정 때 그룹 간부들은 격변하는 상황에선 질적 변혁이 필수다. 변
혁에는 국제감각이 절실하다 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세상이 변하자 일
본경제는 저성장에 빠졌다. 이는 GNP 기업 , 즉 양적 성장을 중
시해온 미쓰비시에 타격을 가했다. 좋은 예가 산하 정보산업그룹 .
87년 12억엔 흑자를 내며 질주하던 이 기업은 냉전 종식, 이념없는
첨단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해 4억엔 적자로 전락했다. 이런 상황이
마키하라를 사장으로 밀어올렸고, 마키하라는 "환경 변화에 적응못해
멸망한 공룡이 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세상을 지배했던 호모 사피
엔스 가 될 것인가"라고 일갈했다. 일본기업의 특징중 하나는 상하간
의 철저한 대화다. 그러나 마키하라는 철저한 상의하달 을 요구했다.
상황이 유동적일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신속한 의사결정이란 판단에서다
. 결국 대표이사 직함을 갖는 간부는 24명에서 12명으로 줄었다.
24명이 각각 대표이사 직함을 갖고 영역 방어만 고집하다간 시의적절한
결정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해고만은 극력 회피한다.
해고는 무능한 사장의 상징 이란 생각에서다. "유망분야를 개척하면 사
람은 덩달아 필요하게 된다"고 말한다. 간부 축소와 상의하달식 경영
을 추구하지만 대화는 철저히 한다. 마키하라 사장은 93년 연말회의
를 도입, 매년 12월 말 도쿄막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좋은 호텔에
부사장 이하 간부진들을 불러모은다. 노타이등 편안한 복장차림의 간부들
은 회사의 장래 란 주제에 대해 오전 9시반부터 저녁 7시반까지 치
열한 논쟁을 벌인다. 현장과 대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쿄본사 14~1
5층의 임원실도 없애 버렸다. 마키하라 사장은 변하지 않는 종합상
사는 망한다 고 말한다. "원료를 값싸게 도입해 가공한 뒤 비싸게 파
는 것이 종래의 종합상사였다. 그러나 이제 최소한 3국을 연결하며 세
계를 종횡무진 누벼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구차원 사업을 위해선 일본
인만으론 부족하다. 그래서 10년후 미쓰비시 상사 간부 10~20%
정도는 외국인으로 충원하길 마키하라 사장은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