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형 사고나 자연재난을 맞을 때마다 전국적으로 성금운동이며
이웃돕기 모금운동을 벌인다. 얼핏 보면 여간 흐뭇한 일이 아니다. 한
국인의 남다른 동포애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자랑할 만도 하다. 엄격히
따진다면 가령 한강이 넘쳐 수재민들이 생긴다면 이들의 구호는 당연히
정부가 할일이다. 그러나 정부에만 맡길 한가한 일도 아니고 또 정부
가 하는 일이 답답해서 국민이 돕자는 것이다. 일본 고베지진때 일본인
들의 성금운동도 대단했다. 그러나 서양은 다르다. 작년에 미국 미시시
피강이 넘쳐 수많은 수재민이 생겼어도 이를 돕자는 민간운동은 없었다.
이재민돕기 모금운동의 존재는 따지고 보면 정부가 자기 일을 다 하
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모금운동이 있을 때마다 국무총리를 비롯
한 장관들이 금일봉 을 낸다. 그게 얼마나 그들로서 어색한 일인지도
모르고. 그나마 이번 삼풍참사 때는 모금운동이 없었다. 정부도 17
일이 지나도록 별다른 대책이 없다. 그동안 구조원의 끼니를 걱정해준
것은 민간 자원봉사원들 뿐이었다. 현장에서 비를 맞아가며 구조작업을
지켜 봐야 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잠자리를 마련해준 것도 자원봉사 단
체였다. 서울시도 아니고 정부도 아니었다. 가뭄에 콩나듯 어쩌다 빈손
으로나마 어려운 행차를 한 높은 분들은 카메라에 잘 비춰지는 것만을
걱정했다. 이제야 정부는 붕괴피해지역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하기로
했다. 외국에서는 큰재난이 발생하면 정부가 즉각 구난 구조에 나선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의 법은 정부의 구난 구조를 천재지변에 국한시키
고 있었다. 인재공화국 에 맞지 않은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