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된 작품 재탕등 시청자 실망/업계 "프로그램이 성패 좌우" 인식
지난 1월 5일 시험방송을 시작한 케이블TV가 시청자에게 선을 보
인지 반년이 지났다. 3월 개국 당시 전송망이 깔리지 않아 "땅속에
돈만 뿌린다"는 비판을 받았던 케이블TV의 현재 성적을 매긴다면 몇점
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합격점은 멀었다는 평가다. 시간이 흐
르며 가입자확보 문제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편성이나 내용등 프로
그램 측면에선 아직 구멍가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게 전
문가들의 지적이다. 백화점식 종합편성을 내는 공중파방송과 경쟁하려면
전문채널의 특성을 살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물간 프로를 재탕 삼탕하는
경우가 많아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 개국
반년을 넘긴 케이블업계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이제 전송망보다 프로그
램이다. 왜냐하면 컨버터를 달고 케이블TV를 시청하는 가구가 20만으
로 늘어났음에도 시청자들을 사로잡을만한 프로가 별로 많지않기 때문.
케이블TV 20개 채널이 6개월 동안 공략했지만 기존 공중파 방송이
시청률에서나 영향력면에서 거의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같은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어렵게 가입, 수신료까지 물고있는 시청자
들은 "옛날 장발족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매일 보는 것도 이제 지겨우며
, 채널을 아무리 돌려도 시선을 확 끄는 방송이 없어 결국 KBS M
BC SBS등 기존공중파 방송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고 말한다.
특히 오락채널에서 영화를 내보내고, 교육채널에서 다큐멘터리를 내보내는
등 각 채널들이 전문화되지 못하고 서로 넘나드는 현상은 그 채널이
그 채널 같은 인상을 더욱 짙게 남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되자 케이블TV 업계에서는 이미 확보한 20만 가구 시청자라도 확실하
게 잡기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프로그램공급업자들은 "7월부터
대대적으로 편성을 변경하고, 재방송 비율을 줄이자" "각 전문채널간
넘나들수 있는 비율도 수치로 확정해 방송사간 알력을 줄여나가자"고
결의하는등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프로그램 질로 시청자의 만족을 얻
어야, 입에서 입을 통한 홍보 로 가장 큰 효과를 거둘수 있다는 인
식에 기인한다. 특히 캐치원, DCN등 영화채널은 이번달부터 재방송
비율을 50% 이하로 낮추고 우수 해외 프로그램을 집중 방송하는등의
조처를 마련했다. 또 케이블채널끼리 경쟁채널의 프로그램도 같이 홍보,
케이블TV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같
은 프로그램 불만속에서도 뉴스채널 YTN , 스포츠 전문 스포츠T
V , 다큐 전문 Q채널 등은 차츰 주목을 받고 있다. YTN은 삼
풍백화점 붕괴 보도를 통해 케이블TV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는 평을 받
고 있다. 공중파방송이 정규방송을 할 때도 쉬지 않고 삼풍 현장을 생
방송했다. 이에따라 실종자 가족 대기실이나 정부 상황실, 대책본부등에
는 하루종일 YTN을 켜놓다시피 했다. US오픈 골프대회, NBA농
구등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를 생중계하고 있는 스포츠TV도 스포츠팬들의
인기채널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Q채널이 수입한 최신 다큐멘터리
를 즐기는 매니아들도 생겨나고 있다. 프로그램문제와 별도로, 하드웨
어적 측면에서도 문제는 남아 있다. 케이블TV 가입 신청을 해도 즉시
설치되지 않는다는 시청자의 불만은 여전히 속시원히 해결되지 않고 있
다. 심한 경우 6개월 정도 기다려야 하는 지역이 상존하는 것이 현실
이다. 이는 케이블TV 전송망 부설이 한 지역씩 타깃을 정해 집중적으
로 전송망을 깔아 나가는 우선 순위 전략 에 따른 것이다. 즉 같은
강남구라도 우선 지역으로 선정된 압구정동은 신청 즉시 부설되는 반면
, 우선 순위가 늦은 논현동은 5~6개월 걸리는 실정이다. 케이블TV
업계는 전송망 부설 특성상 우선 순위 전략 이 장기적으로 가장 효
과적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어, 순서가 늦게 잡힌 일부 지역은 이같은
설치 지연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케이블업자들은 미국
유럽등 선진국에 비하면 반년이란 짧은 기간에 이정도의 성장을 한 것도
놀라운 일이라고 자평한다. 그러나 보다더 치밀하고 정교한 케이블정책
, 운영전략이 있었다면 케이블TV가 좀더 시청자의 가까이에 다가왔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