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터지자마자 백화점 극장 등 다중이 이
용하는 시내 다른 건축물에 대해 대대적인 안전진단을 실시, 사고를 예
방하겠다고 나섰다. 시민들은 "당연한 조치"라며 반기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작년 10월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에도 이같은 안전진단을
실시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는 작
년말부터 각 구청별로 11층 이상, 또는 연면적 1만㎡ 이상 건물 가
운데 지은지 10년이 넘은 노후건물과 10년이 안됐더라도 안전상 취약
한 건물 4백50개동을 골라 안전점검을 벌였다. 이 가운데 10여개동
이 벽체균열이나 누수 등으로 안전상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는 진단결과 벽체균열 현상을 보이고 있는 모예식장과
모고교건물 등 10여채에 대해 긴급 보수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
타났다. 문제는 서울시의 자세다. 서울시는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이렇듯 대형건물에 대한 안전진단을 해놓고도 지금껏 쉬쉬해왔다. 그러다
언론 보도가 나가자 "문제가 있는 건물은 5곳에 불과하며, 벽체균열
등이 발견되긴 했으나 모두 구조적으로는 이상이 없다"고 신속하게
해명에 나섰다. 서울시는 특히 "구조에 이상이 없다"는 대목을 누누
이 강조했다. 기자의 뇌리엔 삼풍백화점 붕괴 당일 백화점측 간부들이
벽체균열을 놓고 벌인 대책회의가 스쳐 지나갔다. "구조적으론 이상이
없다고 보고 받았다." "단지 그 균열을 어떻게 보수할 것인가를 논
의했을 뿐이다." 전 국민적인 분노를 자아내게 했던 백화점 간부들이
검찰에서 한 답변도 떠올랐다. 이렇게 자신있는 안전진단 결과를 왜
서울시는 감추고 있었을까. 어떤 연유인지는 몰라도 서울시로서는 이 사
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게 싫었던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대형사고가 또다
시 터지자 전가의 보도 처럼 똑같은 대책을 금방 꺼내놓았다. 서
울시가 이번에 추진한다는 대대적인 안전진단은 과연 어떨까. 이번 참사
가 국민들의 기억에서 멀어질 때쯤이면 그 진단결과는 또다시 서랍 속에
묻혀버리지 않을까. 성수대교 붕괴, 아현동 가스폭발, 삼풍백화점
참사 . 서울시의 자세를 보면 이런 대형사고들이 도미노처럼 터질 때마
다 내놓는 사후약방문 식 예방책이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 김병석.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