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감리 "탈법 뇌물사슬"/하청 또 하청 싸게 빨리병 고질/
사후관리 무관심 불법증축 예사 허술한 시공, 기준미달 자재, 부
적절한 감리, 상습적인 법위반, 뇌물의 먹이사슬 . 한국의 건설업계
풍토를 요약하면 이렇게 부끄러운 단어들만 튀어나온다. 누수율 0%를
자랑하는 동아건설의 리비아대수로, 발주당시 20세기 최대공사라고 했
던 현대건설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산업항, 공사관리가 까다롭기로 유명
한 싱가포르에서 쌍용건설이 시공한 세계최고층(73층)호텔 래플즈 시티
. 이같은 해외공사들은 지금껏 한국건설의 신화와 자존심을 그나마 지켜
왔다. 그러나 한국건설의 신화는 허상이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성수
대교붕괴로 금가기 시작한 한국건설은 삼풍백화점붕괴로 한꺼번에 무너져내
렸다. 아스팔트포장이 끝나면 소방차로 물을 뿌려 배수상태를 점검하고
, 기준에 맞지 않으면 재시공해야 하는 사우디의 감리, 송수관에 몇m
간격으로 미리 물을 담아 누수가 없어야 다음단계로 넘어가는 리비아의
감독.이런 철저함에 부실시공-불량자재-뇌물과 같은 실상이 감춰져 있었
을 뿐 싸게 싸게, 빨리 빨리 로 대표되는 한국건설은 국내에서 거대
한 부실구조 를 형성해 왔다. 2면에 계속 *현장감리 않고 도장
찍기 탁상감리 유행 <1면서 계속> 삼풍백화점붕괴로 여실히 드러난
한국건설의 부실구조는 온 몸에 퍼진 암과 같다. 발주에서부터 설계-시
공-감리-관청인허가-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곳 성한 게 없는
총체적 부실 이다. 한 건설회사 사장은 "수주의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그것을 메우기 위해 꼭 써야 할 자재를 줄이고, 적당히 봐
달라고 감독공무원에게 상납했던 게 지금까지의 우리 건설업계의 자화상"
이라고 실토했다. 어느 제조업체사장은 건설업체를 하나 차리고 난 뒤
"왜 진작 건설회사를 갖지 않았는지 후회된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우리 기업풍토에서 건설업만큼 비자금조성이 쉬운 장사가 없다는 얘기이
다. 올해부터 건설업 면허주기가 매3년에서 1년으로 바뀌면서 전국
건설업체수는 1천5백94개(면허숫자는 1천7백11개)에서 2천6백51
개(면허수 2천9백49개)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공사 하나만 잘 따
내면 돈벌기 쉬운 건설업계의 구조를 반증하는 통계이다. 한국건설의
부실구조를 밑그림인 설계부터 따져보자. 6월말 현재 건축사수는 5천3
2명에 건축사사무소는 3천15개. 설계에 최종책임을 지는 건축사가 한
사무소당 1.7명에 불과할 정도로 구멍가게식 영업이다. 경쟁이 심
하다보니 설계비 덤핑도 흔하다. 공사비의 3~4%선이 설계비지만 실제
로는 절반을 받는 경우도 드물다. 한-공간건축사사무소 최병일 소장은
"건축설계와 감리업계는 제살깎아먹기 시장"이라며 "이런 현실에서 설계
의 품질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감리도 마찬가지
사정이다. 민간공사의 경우 일정규모 이상은 상주감리를 하도록 돼있으나
이마저도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신에 관청에 들어갈 서류에
도장만 찍어주는 법정감리 가 유행이다. 삼풍백화점도 가장 중요한 골
조 공사를 하면서도 9개월 동안이나 감리가 없었다. 시공은 정밀계산
된 시방서를 따르기보다 현장경험을 앞세워 주먹구구로 하기 일쑤고, 덤
핑수주에 따른 손실은 하청업체에서, 또 하청업체는 재하청업체에서 벌충
하며 부실공사를 부추긴다. 건설관계 공무원의 비전문성이나 인허가과정
에서 오가는 뇌물은 감독부실을 부르고 건설부조리는 묵인돼왔다. 신도시
건설때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를 통과한 아파트설계도는 하루에 무려 1
7~20여건. 한건당 반트럭분량의 설계도면을 꼼꼼히 따져볼 겨를도 없
이 형식적인 심의에 그쳐 신도시 부실을 근본적으로 잉태했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심의위원이었던 어떤 교수는 외국에 교환교수로 가면서 아예
도장을 맡기고 갈 정도로 무관심했다. 이렇게 지어진 건축물의 사후
관리는 또 제대로 되는가. 강남대 안형준 교수(구조기술사)는 "현장
조건에 가장 알맞는 설계, 공법의 특성과 원칙을 지키는 시공, 철저하
고 소신있는 감리,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유지관리라는 원칙에 충실해야
더 이상의 재난을 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