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이형구 전노동장관이 구속됐을 때, 많은 국민들이 도무지
수긍할 수 없다고 고개를 갸웃거리던 일이 있었다. 바로 이전장관에게
뇌물을 준 사람들에 대한 처리문제가 미흡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본래 뇌물수수죄 란 언제나 뇌물공여죄와 함께 적용돼 뇌물을 주고
받은 사람 양쪽을 모두 처벌한다 는 쌍벌죄의 성격이 강한 조항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대기업이 관련된 뇌물수수사건의 경우, 뇌물을 준
대기업관계자대부분은 뇌물을 받은 사람에 비해 특별배려를 받아온 느낌이
짙었던것이 사실이다. 이번 이전장관 사건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검
찰은 뇌물을 준 강진구 삼성전자회장 등 22명의 재벌기업 임원들에게
약식기소라는 편법으로 사실상의 멱죄부를 주기로 결정해버렸다. 뇌물액
수 5백만~1천만원으로도 구속되거나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는 일반국민
들의 눈에 이같은 검찰권의 편의적 적용이 곱게 비칠리 없었다. 당연히
비판이 뒤따랐다. 그래선지 서울지법이 이번에 재벌기업오너를 포함한
재벌임원들을 정식재판에 회부한 것은 신선한 청량감을 갖게한다. 법원이
검찰의 약식기소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뇌물 수수행위를 근절하
기 위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뇌물 관련자들을 모두 엄벌해야한다는
국민의 법감정에 따른 것으로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검찰로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이달초 "뇌물
수수 혐의를 밝히기 위해서는 돈을 준 사람들을 관대하게 처벌해야 할
수사상의 필요성과 당사자들이 국가경제의 주축인 대기업 임원이라는 점등
을 고려해 관례 대로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작년 8월 원자력발전
소 건설과 관련, 안병화 전 한전사장에게 2억여원의 뇌물을 준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최원석 동아그룹 회장 등을 검찰이 불구속기소한 것도
검찰의 관례 에 따른 조치였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법원이
"2천만~5천5백만원이라는 뇌물액수는 결코 적지 않은 것"이라며 검찰
의 이같은 관례 를 인정치 않았다. 창피를 당한 꼴은 됐지만, 이런
저런 사정을 보아야하는 검찰로서도 이번 법원의 정식재판 회부결정을 모
든 국민들에게 똑같은 무게로 법을 적용하는 평형감을 찾는 계기로 삼는
다면 전화위복 아닐까. 홍헌표.사회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