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은 마지못해 거치는 과정/일제기 한국정부와 사전협의 이행
북한이 북경에서 진행돼온 남북한 쌀원조 접촉에서 자신들의 대표
의 격을 올린 것은 일본을 겨냥한 공세가 본격화될 것임을 뜻한다. 우
선은 북경에서 한국측과 만나고 있지만, 그간 북한은 내내 일본을 의식
해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북한 국제무역촉진위원회 이성록위원장의 대일본
쌀원조 요청 발언 뒤 진행된 과정을 보면 이 점이 분명해진다. 이
위원장은 당초, 일-북 수교협상 등으로 위상을 높이려는 와타나베(도변
미지웅) 전외상을 거점삼아 쌀을 받아내려 했다. 일본 정치권에서도 처
음에는 인도적 차원 이라며 쌀 원조에 적극적인 분위기였다. 그러나
한국정부와 사전협의 라는 한-일정부간 합의와 더불어, 미흡한 과거사
죄로 끝난 국회결의, 와타나베 전외상의 합병망언 이 잇따라 터지면서
한국을 무시하다간 엄청난 외교손실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대세를 차
지했다. 북한도 이를 파악한 뒤 비로소 북경 남북한 접촉에 나선 것이
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10일 일본에 보낸 팩스 내용을 보면 남북
한 회담은 마지못해 거치는 과정 정도로 파악하고 있음을 알수있다.
당시 팩스에는 북경 쌀회담이 시작됐으니 일본이 제기한 남북한 사전
협의 문제는 해결된 것으로 본다. 따라서 우리와 약속한 (쌀원조)문제
를 빠른 시일내에 이행하리라 믿는다 는 내용으로 돼있다. 일본측 요구
대로 한국과 접촉했으니 이제는 쌀 원조, 그리고 일-북한 국교정상화를
본격추진하자는 뜻이다. 남북조절위 대변인을 비롯, 20년 이상 남
북대화를 맡아온 전금철 아태평화위원회(위원장은 김용순노동당비서) 부위
원장을 회담장에 내보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전은 조
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 범민련
북측위원장 등 대남사업 과 관련된 요직들을 골고루 겸하고 있는 인
물이다. 우리정부는 대북한 쌀원조와 관련, 남북한 당국자간 협의 를
유일한 조건으로 내세웠다. 북한은 노동당내 직책을 가진 전을 내세움
으로써 자신들은 형식논리상 남북간 접촉이 당국간 이 아님을 강조하면
서도 한국과 일본이 나름대로 당국간 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주려는 의도인 것 같다. 일본의 한 소식통은 "북한은 북경에서 한국
측 쌀원조에 대한 남북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경회담은 일본 쌀을 받기위한 장애물 제
거 절차에 불과하며 합의를 본 시점부터 일본과 적극적으로 접촉하겠다
는 자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준비상황이 완벽하다. 쌀을
주고싶으나 한국을 의식해온 일본으로선 전의 회담참석은 더할 수 없는
희소식이다. 북한은 최근 일측에 쌀을 북한으로 운반할 선박이 항구에
서 대기중이며 일본측 연락만 있으면 즉시 출항할 수 있다 고 연락해온
바있다. 일농수성은 이미 쌀재고를 조사했고 50만t 원조가 가능하
며, 이 중 13만t은 항구부근 창고에 보관중이어서 즉각 제공할 수
있다 는 결론을 내린 바있다. 북경회담을 계기로 일본쌀 원조가 결정
되면 구체적인 원조조건 협의 북한의 항만시설상태 확인 등을 통해
일-북간 접촉이 활발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