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원의 이석채 차관은 1개월여전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재경원
출입기자 50~60여명중 여기자는 한명도 없다"며 놀라워 한 적이
있다. 국가의 주요 경제정책을 좌우하는 재경원에 여성의 시각에서 정
책결정 과정을 지켜보는 출입기자가 없는 현실이 너무 비합리적이라는 지
적인 듯했다. 이차관의 발언이 약효를 발휘했는지, 그후 재경원 기자실
에 2명의 여기자가 새로 출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재경
원의 여성정책은 이차관의 발언 수준과는 전혀 딴판이다. 우선 재경원
본부 조직에는 서기관(4급)이상 공무원 1백70명중 단 한명의 여성도
없다. 사무관급 3백22명중 여성은 불과 3명뿐. 재경원내 정책 결
정과정에 여성 공무원이 핵심적으로 참여할 기회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재경원은 주요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남성위주의 시각에 편향
된 느낌이다. 일례로 최근 통상산업부가 내놓은 여성인력 활용 촉진
대책 을 한번 보자. 통산부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현재 부인에 한해
연간 54만원의 소득공제를 받도록 하는 것을 부부 양쪽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맞벌이가 늘고 있는 사회현실과, 앞으로 더욱 맞벌이가 늘
도록 하려는 정책목표를 충족시키려면 세금을 덜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통산부는 또 탁아소 비용등 6세미만의 영유아 양육비에 대해 납세자의
소득에 따라 10~20%를 세액 공제해주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경
원은 뜻밖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재경원은 그동안 여러차례 "임금 안정
을 위해 여성인력 활용이 시급하다"고 강조해왔다. 여성인력이 노동시장
에 공급되면 임금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던 재경원이 이
번에는 "세금이 높아서 여성 취업이 안되고 있다는 말이냐"며 불쾌한
표정이다. 사실 요즘 아이들 양육비용이 1개월에 기십만원에 달하는 현
실에서 연간 54만원의 소득공제는 너무 형편없이 적은 금액이다. 맞
벌이들은 임금이 싼 외국인 가정부를 데려다 쓰고 싶어도 국내법상 길이
막혀 있다. 미국의 경우 13세미만의 어린이에 대해선 양육비의 20
~30%를 세액 공제해주고 있다는 것이 통산부의 설명이다. 맞벌이들
에게는 이처럼 인색하면서도 재경원은 "음식값을 인하하는 음식점에 상수
도 요금을 50% 깎아주겠다"며 선심을 베풀었다. 음식점들에 비하면
소득세를 너무 착실하게 내고도 세금감면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맞벌이들을 약올리는 결정이 아닐수 없다. 강효상.경제과학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