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의 부패수사 각료 6명 퇴진/부총리 피살사건계기 헬기수뢰
파헤쳐/4년간 전담 나토총장도 기소준비 미모의 한 여검사가 벨기에
의 기성 정치풍토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북부의 낡은 산업도시 리에
지시의 여검사 베로니크 앙시에(40)는 5년째 부패스캔들을 집중 조사
, 현 집권 연립정부를 거의 무력화시켰다. 부총리, 외무, 국방 등
각료급만 6명이 사퇴하고 수많은 고위당료들이 구속되거나 쫓겨났다. 빌
리 클라스 나토사무총장(전 벨기에 경제장관)이 마지막으로 그녀의 수사
그물에 걸려있다. 클라스는 15일과 16일 모두 14시간에 걸쳐 마지
막 신문을 받았다. 예정보다 7개월이나 앞당겨 21일 조기총선이 실
시되는 것도 순전히 그녀가 이끌어낸 작품이다. 현 상태로서는 정국을
꾸려가기가 불가능해지자 드한느 총리는 조기총선 카드를 던질 수밖에 없
었다. 앙시에 검사는 요즘 벨기에의 가장 존경받는 인물중의 하나다.
언론은 그녀를 20세기의 잔 다르크로 부른다. 앙시에가 없었다면 벨
기에는 부패와의 전쟁에서 영원히 패배했을 지도 모른다고 보기 때문이다
. 그녀와 부패사건 수사 인연은 4년전 우연히 살인현장 조사를 나가
면서 시작됐다. 마침 그날이 자신의 수사 당번이었기 때문에 조사관들과
현장에 도착한 그녀는 피살체의 신원이 전직 부총리에다 당시 막강한
왈룬사회당 당수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앙시에 검사는 직감적으로 정치적
음모가 개입돼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수사는 답보를 거듭했다. 그렇
다고 스캔들에 연루된 집권 사회당정부로부터 협조를 기대하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오히려 사회당쪽에서 보이지 않는 방해공작이 집요하게 이어졌
다. "앙시에는 가톨릭에다 기민당 골수 지지자다" "그녀는 사회당을
궁지에 몰려는 음모에 연루돼있다" 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집념과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사회
당이 88년 이탈리아제 군용 헬리콥터 46대(1천8백억원 상당)를 도
입하면서 제조사인 아구스타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잡아낸 것이다.
아구스타사의 관련 정보를 찾기위해 이탈리아를 숱하게 방문했고 비밀계
좌와 돈세탁 증거를 확보하려고 스위스은행도 수없이 드나들면서 수사는
급진전을 보였다. 클라스 사무총장을 기소하면 그녀의 임무는 일단 마무
리가 될것으로 보인다. 클라스 총장의 개입여부에 대한 보강수사도 마지
막 단계에 다다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브뤼셀의 나토주변에서는 클라
스의 사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치고있다. 앙시에 검사는 정치권에 분
명히 개혁과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그녀의 정치
적 의도를 경계하고 있다. 특히 15-16일 클라스 총장을 심문한 것
은 오해를 살만한 빌미를 제공했다. 총선을 불과 엿새 앞두고 갑자기
출두를 요구한 것은 사회당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
사회당쪽의 주장이다. 수줍고 가녀린 외모와는 달리 그녀는 곡예비행과
활강스키를 즐긴다. 사업가인 남편 베르나르 기욘도 곡예비행 클래스에
서 만났다. 그녀는 부패스캔들 수사를 맡고난 이후 남편과 남매와 자주
즐기던 스키여행이 뜸해졌다고 한다. "앙시에는 매사에 적극적이고
냉철하며 조직적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10남매의 여섯째인 앙시에의
성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전하고있다. 앙시에 검사는 벨기에 기자들
로 부터 올해의 여성 으로 뽑힌 적이있다. 수상이유는 용기와 불굴
의 집념, 투철한 사명의식 이었다. 앙시에 검사는 수상 연설에서 "
이 모든 수식어가 나 개인이 아니라 전체 수사 검사들에게 주어지는 것
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검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바로 용기와 투
철한 사명의식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