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타협은 시도" 상무부로 지휘넘겨/"선제보복은 잘못 캔터-하시
모토 채널 폐쇄 클린턴 행정부가 16일 자동차협상 결렬에 따른 대일
보복조치를 발표하자 의회와 통상전문가들은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서두르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일본이 미국의 일방적 보복조
치를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할 경우 미국이 질 것이 뻔해 선제
보복 은 전략상 잘못이라는 것이다. 먼저 일본 자동차 시장의 전반적
인 폐쇄성을 WTO에 제소, 판정을 받은다음에 미통상법상의 301조를
발동, 보복조치를 취하는게 순서라는 지적이다. 클린턴 행정부는 이
같은 견해를 묵살하고 16일 13개 일본 고급차종에 대해 1백%의 보
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치적으로 초강수를 둔 것이다. 공
청회등 한달간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는 여유를 두기는 했다. 그러나
당장 오는 20일부터 대상품목에 대해 관세청산 유예절차 를 밟도록
세관에 통보해 사실상 이날부터 보복의 효과를 내도록 한 것만 봐도 미
국의 강경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즉 보복 대상품목으로 지정된 일본
고급차는 20일부터 미세관을 통과할 때 일단 관세(현재 2.5%)가
유예되며 대신 6월28일 보복관세가 시행되면 5월20일자로 소급,
1백%의 관세를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20%의 보복관세만 매겨도 일
고급차들은 그간의 엔고로 경쟁력을 상실, 대미 수출이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정부가 보복 대상을 일본에서 생산되는 고급차
로 못박은 것은 미경제에 대한 역효과를 최소화하고 일경제와 업계에는
가능한 한 큰 타격을 주기 위한 계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혼다
,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업체의 미현지공장은 고급차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보복관세로 일본 고급차가 안 팔리더라도 미국에 실업자
양산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일 보복조치가 클린턴 행정부에 위험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일본
이 절대 양보못하겠다고 버티는 상황에서 계속 강수를 둘 경우 타협의
여지는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캔터가 강경 대응을 흘리고 있는
시간에 론 브라운 상무장관이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떠들고 다니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같다. 클린턴 행정부는 대일 자동차 협상의
지휘봉을 캔터에서 브라운에게 넘겨 준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감정싸움
까지 주고 받은 캔터-하시모토(일본 통산장관) 채널을 폐쇄하고 브라운
-하시모토로 미국이 먼저 바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오
는 23~24일 파리에서 열리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각료회담에
서 브라운-하시모토간의 1차 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은 다음 내달 15~
17일 캐나다 핼리팩스 G-7 정상회담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무라야마
총리간의 단독 회담에서 담판을 짓겠다는 복안을 내비친 것이다. 미국은
겉으로는 캔터의 입을 통해 대일 강경 대응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일본
에 타협하자 는 메시지를 보낸 거나 다름없다. 미일 양국은 현재 상
대방에게 자신들의 카드를 슬쩍 보여 주면서 게임을 하고 있다. 그러면
서 각기 자국민과 국제사회에 대해서는 안면을 바꾸는 이중 플레이를 하
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언제 게임이 끝나고 어떤 표정으로 자리에
서 일어설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일정부.
업계반응/일 "WTO서 결판" 각국에 특사 파견/" 미의 빅3 가
야기" 딜러와 협력,발동저지 한쪽에서 "수행하자. 수행하자 "
는 옴진리교의 주문이 그치더니 이번에는 "제재한다. 제재한다"는 소리
가 볼륨을 높이고 있다 . 17일 마이니치(매일)신문이 꼬집은 이 표
현은 미국의 제재에 대한 일본의 시각을 극명하게 나타내 준다. 제재
품목에 대해서도 일본정부나 업계는 이미 예상했던 것으로 별로 새로운
내용이 없다 는 반응들이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지난 87년 반도체
마찰 때, 퍼스컴 컬러TV 등 14개 품목이 대상이었던데 비해 이번에
는 자동차 에 집중돼 있어 안도 (?)하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 제재품목이 공표된 직후인 17일 오전 동경증권시장에서
는 전체 주가가 오히려 크게 상승했다. 일본측은 이번 미국의 제재조치
에 대해 기본적으로 미국의 빅3(3대 자동차 메이커)가 일으키고 양
국정부가 나서 싸우는 대리 전쟁 으로 간주하고 있다. 자동차부품이 제
재대상에 들어가지 않은 것도 빅3의 입김 때문으로 보고 있다. 빅3가
일본제 자동차부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자동차 부품
공업회의 통계에 따르면 94년에 일본에서 미국에 수출된 자동차 부품은
1조4천억엔 규모로 이중 30% 정도는 빅3가 차지하고 있다. 이
런 배경에서 제재품목 발표를 태산명동에 빅3 식으로 보고 있는 일본
측은 16일부터 곧바로 대응조치에 착수했다. 일본정부는 우선 세계무역
기구(WTO)에 제재의 부당성 을 호소한다는 방침을 결정, 미일 교
섭은 이날부터 전례가 없는 새 국면에 접어 들었다. 일본 정부가 요청
한 긴급 2국간협의라는 것도 실은 협상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WTO제소
를 위한 첫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 기본적으로 일본측은 2국간 협상
에서 분쟁이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 미행정부는 내년 대선을
의식, 행동반경이 제약돼 있고 일본의 자민-사회 연정도 언제 중의원
해산-총선거의 정권교대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서로 양보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일본은 이 문제를 WTO에 끌고가 각국의
지지표 로 승부를 걸자는 배수진을 치고, 관계각국에 밀사를 파견해 협
력을 요청하는 물밑작전 을 진행중이다. 이미 통산성 당국자가 오스트
레일리아 등에 파견되었으며, 옵서버 참가의향을 보이고 있는 EU(유럽
연합)와 캐나다에 지원을 요청, 미국을 고립시키려는 포석을 두고 있다
. 제재조치의 표적이 된 일본자동차업계도 전례없는 미일마찰의 와중에서
"미국의 판매딜러 등과 협력해 제재 발동을 저지한다"는 공동투쟁전선
을 형성했다. 도요타의 고급차판매망 렉서스 는 미국전역에 1백71개
점포와 2천6백명의 현지인 세일즈맨을 갖고 있다. 혼다도 3백점포에
약 1만명, 닛산도 1백50점포에 약 3천3백명 규모다. 미국의
제재조치는 바로 이들 미국인 의 실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들
미국인 딜러 들이 미국내여론에 호소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싸움뿐"이라는 말도 일본정부내에서 나온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자동차문제 하나만으로 양국 관계가 최악의 대결상황을 맞는 것은 바
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이 유례없는 미일마찰의 향방이
크게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