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장-차관들은 정기적으로 업무와 자질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있
다. 경제부처의 리더인 홍재형 부총리겸 재경원장관은 현실감각이 뛰어
나다 는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들린다. 요즘 홍 부총리는 자발적인
지, 타율적인지 몰라도 특유의 현실감각 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는 듯
하다. 13일 홍 부총리는 곧바로 민자당사로 달려가 고위 당정회의에
참석했다. 회의가 끝나자 민자당은 중소기업들에 희소식을 전했다. 중
소기업의 상업어음을 보다 쉽게 할인받도록 1조2천5백억원의 재원을 새
로 조성하는 등 중소기업에 거액의 자금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대책은 결국 사탕발림 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은행과 국민은행의 증자로 3천4백억원을 조달하겠다고 했
지만, 재경원 실무자들은 "증시가 이렇게 나쁜데 무슨 증자냐"며 부정
적인 반응이다. 홍 부총리는 평소에도 주가에 신경을 기울이는 편이지
만, 요즘은 특히 더해졌다. 증권사 신용융자한도 확대, 외국인 주식투
자한도 확대 등 일련의 증시부양책들은 최근 그가 결정한 것들이다. 홍
부총리는 요즘엔 언제 어디에서나 주가동향을 보고받을 수 있도록 실무
자들에게 당부해놓고 있다고 한다. 12일 갑자기 터져나온 증권유통금
융의 재개문제만 해도 그렇다. 증권금융에서 증권사들에게 자금을 빌려주
고 이를 다시 투자자에게 빌려주는 유통금융은 증권사의 자금사정이 호전
된 86년 3월이후 폐지된 제도다. 이 제도를 다시 부활할 경우 정
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린다거나 투자자에게 뒷돈
을 대줘 주식투기를 부추긴다는 비난이 나올 것은 뻔한 이치다. 그런
데도 재경원측은 이 문제를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경원은 대구참사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에 2백억원을 지원한다고 요란하게 발표했었다. 그러나 실적이 단 2건
, 5천만원에 그치자 일선 금융기관들만 닥달했다는 후문이다. 작년 8
월에 이미 5개년 계획이 발표된 근로소득세 경감문제는 또다시 불과 1
0개월만에 재론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정부 스스로 경기과열을 외치면
서 한쪽으로는 외화표시 국산기계 자금구입이다, 해외증권이다, 하면서
돈을 푸는데 급급하고 있다. 재경원측은 그러나 정부에 불리하게 돌아가
고 있는 한은개편 문제는 "지자제 선거전까지는 덮어두자"며 언급을 피
하고 있다. 하루 한 건을 채울 요량인지, 홍 부총리는 14일에는
한 방송국과 인터뷰에서 또 한 건의 정책발표를 예고하고 있다. 또 지
역민방 개국을 축하해 대구와 대전을 방문할 예정이다. 자의든, 타의
든 홍 부총리의 현실감각 은 지자제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더욱 활발해
질 것 같다. 강효상.경제과학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