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승리 50주년 기념행사 준비작업이 한창인 영국에 지금 승전
의 의미를 재조명하려는 작업이 주목을 끌고있다. 영국의 언론계, 학계
일각에서 일고있는 이 움직임은 2차대전의 승리와 오늘날 대영제국의
몰락간의 상관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국의 경우 2차대전은 다
른 유럽국가들과 분명히 다른 견지에서 파악돼 왔다. 우선 그들은 나치
의 강압통치를 경험하지 않았고 전쟁에서 이겼다. 따라서 국가적 수치감
대신 승리의 환희에 도취될수 있었으며, 유럽 이웃나라중 유일하게 미
국, 소련과 함께 전후 세계질서 구축을 주도한 3대 강국으로 군림했다
. 특히 영국인들은 전쟁이 필연적으로 남기고 가는 내부의 상처와 갈
등을 피해 갈수 있었던 사실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독일에 점령당했던
유럽대륙에서는 종전 50년이 가까워 오도록 나치정권에 협력했던 상처
와 그 휴유증이 아물지 않고있는 사실과 좋은 대조가 되고 있다. 그
결과 승전의 환희는 더욱 강했고 오랫동안 지속될수 있었다. 그러나
일단의 언론인, 학자들은 이 승리감이 영국민을 오도, 해가 지지 않
는 나라 를 쇠락의 길로 들어서게 한 장본인이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
다. 기업, 노조, 관리, 언론할 것없이 사회의 주요 분야에서 "대영
제국의 영화가 계속될 것"이라는 허구를 심어준 것이 바로 승리감이라는
것이다. 이 허구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는 밑바탕이 됐고, 결국 오늘날 영국의 국민소득이 유럽연합(E
U) 15개 회원국중 하위권에 맴돌게 된 단초가 됐다고 원로언론인 코
렐리 바네트는 지적했다. 그는 특히 기업들이 만드는 즉시 소비되는
전시의 배급경제 체질을 벗지 못한채 생산성 향상과 자기혁신에 실패,
산업분야의 퇴조를 재촉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종전후 50년대까지 영
국 기업들은 외국 수입업자의 요구와 관계없이 일방적인 모델을 선적해
버리는가 하면 애프터 서비스등을 무시해 많은 고객을 잃었다는 당시 보
고들이 속속 나오고있다. 반면 프랑스나 독일등의 분위기는 영국과 달
랐다. 점령의 수모를 경험한 프랑스는 모든 것을 새롭게 생각하고 재건
할 기회를 얻었다. 패전국 독일은 잿더미 위에서 국가재건을 위해 국민
적 역량을 총동원했다. 당시 독불은 미국의 마샬계획에 따른 원조를 대
부분 기간산업에 투자한데 비해 이들 보다 월등히 많은 원조를 받은 영
국은 일반회계에 거의 소진했다. 결과는 50년이 지난후 명확해졌다.
피점령국 프랑스, 패전국 독일은 승승장구중이며 승전국 영국은 침체의
나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