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세유~아비뇽~니스 곳곳에 남유럽정취 물씬 여행사들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유럽여행코스를 보면 대개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하다. 로마 파리
런던 빈 스위스 스페인 . 유럽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휴가여행코스도
이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빡빡한 일정에 기념사진찍기식으로 이
런 유명코스만 밟다보면 피곤과 단조로움밖에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어딜 갔다왔는지 기억조차 나지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유럽여행에
식상한 사람들에게 권할만한 환상의 자동차여행코스가 바로 남부 프랑스
프로방스지방이다. 알프스와 론강과 지중해로 둘러싸인 그림같은 곳이다
. 프랑스이면서도 프랑스 냄새보다 그리스-로마-스페인 냄새가 더 짙은
별유천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명승지나 유적은 별로 없지만 스쳐가
며 만나는 자연과 사람 모두가 기이한 환상의 내음을 물씬물씬 풍겨주는
곳이다. 여행 기점은 프랑스 제2의 도시 마르세유. 잘 포장된 지
방도를 거의 하루종일 달려야하기 때문에 자동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마
르세유는 도시 자체가 진한 매력을 지닌 항구다. 그러나 시내 관광은
별도로 하기로 하고, 마르세유를 벗어나 파리방향 고속도로를 30분쯤
달리다 아를르 방향으로 다시 진입한다.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론강변의 아담한 도시 아를르는 작은 로마 라
불릴만큼 로마정복시절 유적이 도처에 널려있다. 로마 콜로세움보다 규
모는 작지만 거의 닮은 원형경기장이 도시 한복판에 서있고, 로마시대의
교회 극장 수도원들도 곳곳에 남아있다. 아를르를 벗어나 북쪽으로
10여분쯤 달리다보면 평원 한가운데에 기이한 형태의 암벽동산이 멀리서
도 뚜렷하게 보인다. 레 보 드 프로방스 요새. 천연 화강암벽이 병풍
처럼 둘러친 가운데 분지에 자리잡은 마을이다. 우리 산성촌 같은 곳이
다. 성곽과 마을의 도로, 집, 교회들이 모두 화강암들로 만들어져 신
비감마저 풍긴다. 요새를 벗어나면 알퐁스 도데의 유명한 나의 풍차
로부터의 편지 의 무대가 됐던 낡은 풍차 한대가 언덕위에 외롭게 서있
다. 도데는 인근 님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이 일대 전부가 알퐁스 도데
의 작품무대였다고도 볼수 있다. 다시 북쪽으로 20여분 달리면 아비
뇽. 중세 로마교황의 아비뇽 유폐 로 세계사에도 등장하는 도시다.
교황이 유폐당했던 교황별궁이 도시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다. 아비뇽
서편 가르동강 계곡에 놓여있는 르 퐁 뒤 가르는 무려 2천년전에 축
조된 엄청난 규모의 관개수로다. 님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위해 로마정
복군이 만든 이 관개수로는 길이 2백75m에 높이가 49m에 이른다.
근처에 있는 님에도 로마유적이 많다. 아를르보다 더 규모가 큰 원형
경기장, 기원전 1세기에 만들어진 그리스풍 신전이 남아있다. 자동차
를 동쪽으로 돌려 한시간이상 달려가면 악상 프로방스가 나온다. 시스테
론 등에도 이국풍 유물과 자연이 도처에 널려있다. 여기서 다시 이탈리
아방향 고속도로로 한시간쯤 달리면 유명한 지중해변 휴양도시 칸, 니스
, 모나코, 산레모 등이 잇따라 그림같이 펼쳐진다. 한여름이면 전유
럽, 전세계에서 몰려든 피서휴양객들로 해안은 발디딜 틈조차 없어져 여
름철은 피하는 게 좋다. 프로방스 동부지역은 바로 남부알프스 산록.
산악도로변에 이따금씩 나타나는 시골 여관겸 레스토랑에서 하룻밤 묵는
것도 색다른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