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정부비판 아니다" 해명도 작용/ 밀월설 부담은 덜어 확대
않을듯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13일 북경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를 비판한 발언이 국내에 전해진 뒤인 14일, 청와대 관계자들은
겉으로는 분명한 대응을 자제했으나 불쾌한 심기를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
다. 청와대비서실 고위관계자들의 절제된 반응 의 예는 "할 말이
없다"거나 "무슨 의도에서 그런 얘기를 했는지 좀 더 진의를 파악하며
지켜보자"는 것. 이같은 절제된 반응이 나오기까지에는 13일 오후
부터 삼성측이 여러 경로로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에게 이 회장의 발언
진의 를 해명한 사실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 같다. 삼성측의 해명
요지는, 이 회장이 정부와 삼성이 결코 밀월관계에 있지 않다 는
점을 강조하려다가 말이 좀 어긋났으나 결코 정부를 비판하려는 것이 본
래 뜻은 아니었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해명을 청와대가 진정 납득
했느냐 않았느냐에 관계없이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문제를 더이상 확대시
키는 것은 좋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 그간 청와대측도 삼성과의
밀월설에 정치적 부담을 느껴온 구석이 있었던 만큼, 이 회장 발언은
그것을 덜어주는 효과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비판이 의
도적 진심 이었다고 할 경우에는 더더욱 정부가 문제를 키워서 이로울
것이 없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대체로 이 회장이
정치 4류, 관료 3류, 기업 2류 라고 한 말이나, 규제완화가 미
흡하다고 비판한 데는 별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기업인들로서는
할 수 있는 이야기고, 처음 나온 말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특히 경제비서실쪽 관계자들은 "왜 일부러 그런 말을 했을까"라며 이해
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들이었다. 한 관계자는 삼성이 승용차사업 허가를
받아냈고 반도체 공장도 50% 증설이 가능하도록 규제완화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면서 "지도자라면 긍정적 방향으로 보조를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이런 흐름을 일부러 지우기라도
하려는 듯, 한이헌 경제수석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
성이 정부에 앤티(anti-)라고 한 말은 이 회장이 스스로 밀월
이라고 말할 수 없으니까 농담으로 한 말 같다"고 했다. 한 수석은
"정말로 관계가 껄끄럽다면 이 회장이 아무리 농담이라고 주장해도 뼈가
있는 말로 받아들여질 테지만, 실제로 정부와 삼성 사이에 문제가 없
는 만큼, 누구도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없을 것"이라
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창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