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람에 전권 자본금 3분의1 날린셈/섣부른 세계화 결과 내
부통제도 없어 수산업협동조합 중앙회(수협)의 1백50억원대 외환사고
는 전문기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비전문가에게 거액의 외환 거래를
맡긴 것이 발단이었다. 특히 수협중앙회 최고경영진은 국제화 세
계화 를 내걸고 작년 10월 외환 딜링룸을 만든후, 무모하게 외환거래
에 뛰어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은감원 김무길 검사 6국장은 "수협
외환딜러가 내부의 통제없이 위험성 높은 선물환(forward)과 통
화선물(futures) 거래를 분수 이상으로 벌이다가 사고를 냈다"고
말했다. 수협은 사고를 낸 외환딜러 이남열(47) 과장이 지난 4일
행방을 감춘 뒤 9일 현재까지 전반적인 외환거래 내역등 사고 규모조
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수협 국제영업부의 한 직원은 "이
씨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약세를 보인 달러화가 올해 강세로 돌아설 것으
로 전망, 달러화 선물을 대량으로 매입했다가 예상과 달리 달러가 폭락
함에 따라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협의 이번
외환거래 사고에 대해 금융관계자들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어
민과 일반서민들의 돈을 모아 운용하는 수협이 국제금융 전문가들도 꺼리
는 투기적 외환거래를 크게 벌인 것은 무모한 모험행위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이씨가 외환 전문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보통 직원 이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최고경영진이 이씨 한사람에게 수협 전체의 외환딜링
권한을 부여한 것은 상식밖이라는 얘기다. 이씨는 일반 부서에서 5년전
국제영업부로 배치된 뒤 달러자금 수급과 관련된 단순한 원-달러 딜링
업무만 해왔다. 그러던 것이 느닷없이 지난해 10월이후 외국은행 국내
지점을 통해 엔-달러, 마르크-달러거래 등 거래외환을 크게 늘려온 것
으로 알려졌다. 수협의 한 관계자는 "이 과장이 90년 외환딜링을
맡은 이후 2-3년간 수협에 30여억원의 외환매매익을 안겨주자 경영
진들이 그를 외환전문가로 착각, 외환거래를 완전히 일임해 버린 것이
화근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 금융기관 외환딜러들은 수협의
이같은 무모한 외환투기에 대해 "유치원생이 넥타이 매고 전문 도박사들
이 득실거리는 카지노에 등장한 꼴이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수
협은 이씨의 외환거래를 감독하거나 지도할 내부조직조차 없었다. 예를들
어 시중은행들은 현재 외환딜러들에게 매일 사고팔 수 있는 거래한도를
정해주고, 또 외환거래에서 일정액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면 즉각 손절매
(stoploss)를 실시토록 하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수협 경영진은 복잡한 환거래를 알지못해 이씨가 하자는대로 모든
것을 맡기고 허용했다는 후문이다. 단지 이씨에게 주어진 내부통제 장
치라는 것은 적정한 규모로 외환거래를 한다 는 지침이 전부였다.
수협에서 외환검사를 하고 있는 한 은감원 직원은 "수협의 엉성한 외환
관리를 보면 언젠가는 사고가 터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무튼
자본금이 3백98억원인 수협은 어설픈 외환투기를 벌이다 자본금의 3분
의 1이나 되는 큰돈을 순식간에 날려보내는 꼴이 되었다. 금융 세계화
환상에 빠진 무지의 경영진 이 무지의 외환딜러 를 길러낸 꼴이다
. 송양민-김홍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