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은 유행에 불과/한국 세대차 심해 지속발전 의문/서울대
등서 생태계 윤리결단 강연 22세 철학박사 학위 취득, 27
세 대학 종신 석좌교수 . 독일 철학계의 떠오르는 별 비토리오 회
슬레 교수(36.독일 에센대)가 한국 헤겔학회(회장 임석진) 초청으로
최근 내한, 학계의 비상한 관심 속에 강연-세미나 참가 등의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나는 낙태를 반대하고 가정의 전통윤리 회복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는 오히려 보수에 가깝다. 그러나 빈부격
차나 환경문제 등에 관한 한 진보적이다. 사실 보수니 진보니 하는 구
분법 자체가 이제는 낡은 것이 돼버린 것 아닌가." 29일 기자와
만난 회슬레 교수는 자신의 철학적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비스마르크도 철저한 보수주의자였지만 복지정책의 선구자라는 점
을 염두에 둬야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82년 22살의 나이로 독일철
학의 본산지 튀빙겐대에서 진리와 역사 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85
년 논문 헤겔체계연구 로 교수자격취득, 86년 튀빙겐대 교수 취임,
미국 뉴욕 신사회조사대학원(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 초빙교수, 87년 신사회조사대학원 종신석좌교수, 9
0년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를 거쳐 92년부터 에센대에 재직해 오고
있다. 세계철학계 거두인 한스게오르그 가다머로부터 이미 10여년전
에 "서양철학 2천5백년 역사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천재"라는 극찬을
받은 회슬레교수는 19개 언어에 정통하며 교수가 된 후 거의 매년 문
제작들을 발표해왔다. 19개 언어에 정통 헤겔의 체계 , 현대
의 위기와 철학의 책무 , 현대세계에서 실천철학의 역할 , 생태계
위기의 철학 등 그의 주요저서 목록이 보여주듯 그는 철학사에 정통하
면서도 현대사회가 제기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추구해
오고 있다. 최근 프랑스철학이 세계철학계의 주도권을 쥐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다소 목청을 높이며 "유행철학이 반드시 그 시대의 정신
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며 "많은 사람들은 10년 안에 포스
트모더니즘이 그저 유행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독일
철학자로서의 입장 을 밝혔다. 그는 또 한국의 한 조사에서 위르겐
하버마스가 최고의 지성으로 꼽힌 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
에 대해서 "물론 하버마스는 철학과 사회학을 두루 통달한 학자이기 때
문에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곧바로 "그의 이론은
너무나 형식적인데 치우쳐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며 "특히
그에게는 자연 개념에 대한 천착이 없기 때문에 생태계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없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
급속한 발전에 놀라 열흘 동안 한국을 돌아본 소감을 묻자 그는 "역
사상 세계 어디에도 없었던 급속한 발전을 이뤄낸 한국인들이 놀랍고 자
랑스럽다"며 "그러나 농촌에서 자란 기성세대와 계란-통닭을 먹으면서도
닭을 본 적이 없는 어린 세대의 격차를 감안할 때 과연 이 사회가
윤리적으로 안정된 바탕에서 지금까지와 같은 발전을 계속해나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는 명지대 서울대 등에서
생태계의 위기와 윤리적 결단 등을 주제로 한 강연을 계속한 다음
4월10일 출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