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 경영상속뒤 일가와 내분/삼촌과 갈등 한때 스위스 도망 패션
및 가죽제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구치사의 전회장 마우리치
오 구치(46)가 27일 밀라노에서 의문의 총격을 맞아 피살되는 비참
한 종말을 맞았다. 그는 최근 마련한 사무실 밖에서 30~40대로 보
이는 정장차림의 남자에게서 여러발의 총격을 받았다. 저격범은 그가 사
무실로 들어서려는 순간 등뒤에서 어깨와 엉덩이에 총을 쐈다. 놀란 구
치가 돌아보는 순간, 범인은 구치의 얼굴에 다시 2발을 쏘았다고 경찰
은 밝혔다. 구치는 현장에서 사망했고, 범인은 공범이 운전하는 자동차
를 타고 도망했다. 경찰은 처음 두발의 총알이 치명상을 입히지 못한
것을 들어 범인이 아마추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우리치오 구치는
83년부터 93년까지 구치회사의 회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그는 삼촌
인 알도를 축출하고 경영권을 장악했으나 다시 구치일가들의 공작으로 회
장에서 쫓겨나 주로 스위스의 생모리츠에서 살아왔다. 그는 밀라노에 사
무실을 새로 차리고 활동을 재개하려다가 피살됐다. 마우리치오 구치는
구치 라는 상표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고구치오 구치의 손자이
다. 구치오 구치는 이탈리아 플로렌스의 마구제조 명문집안의 전통을 이
어받아 1906년 마구와 부츠전문상점을 차리면서 본격적인 패션회사로
키워갔다. 구치회사의 상표는 구치오 구치가 자신의 이름에서 따온 2개
의 G를 변형한 것이다. 그는 사업기반을 이탈리아전역으로 확장하는데
성공했다. 창업자인 구치오 구치가 1953년 사망했을 때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시작됐다. 유언에 따라 주식은 장남 로돌포와 셋째아들
알도에게 반씩 상속됐다. 영화배우였던 로돌포는 실제 경영에 간여하지
않았고 셋째아들 알도는 회사의 명성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피살된 마우리치오는 바로 로돌포의 외아들이다. 그는 83년 사망한 아
버지의 전 재산을 상속받아 구치주식의 50%를 차지하면서 삼촌 알도를
축출하고 이듬해 구치회장에 올랐다.그때 나이 불과 35세. 마우리치
오는 외부경영인을 영입하는등의 조치를 취했다. 삼촌 알도를 비롯한
친척들은 마우리치오 제거공작을 폈다. 마우리치오가 막대한 상속세를 빼
돌리기 위해 아버지의 사망전 서명을 위조해 주식을 양도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마우리치오는 결국 87년 스위스로 도망했다. 그는 88년 상
속세 탈세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고 8
9년에 회장직에 복귀했다. 그러나 마우리치오는 다시 일가들과의 내분에
휩싸이면서 93년 9월 아랍계은행에 자신의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회
장직에서 물러나있다가 이번에 의문의 피살을 당한 것이다. 그의 죽음
은 오래된 구치가문의 가족내분을 다시한번 떠올리게 한다. 마우리치오의
사촌형인 파올로 구치(65)는 86년 당시 81세였던 친아버지 알도
를 탈세혐의로 고발해 미국법정에 세웠던 인물이었다. 파올로 구치는 마
우리치오가 경영권을 장악하자 뛰쳐나와 파올로 구치라는 별도의 구치상표
를 만들어 지금까지 경영하고 있다. 심재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