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해'맞아 일주일간 기획전/유명화가 그림 싼값구입/미술 대중
화 촉발 기대 오는 5월초 화랑가에 나가는 사람들은 뜻밖의 행운을
만날지도 모른다. 평소에 집에 하나쯤 걸어보고 싶어도 엄두가 안나 못
걸었던 유명 중진 화가들의 오리지널 회화를 살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
기 때문. 그래서 미술의 해 가 주는 특별보너스의 묘미에 새삼 놀랄
지도 모른다. 5월2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화랑협회의 1백만원 이하
소품전을 앞두고 온 화랑가가 술렁이고 있다. 미술의 해를 맞아 미술
의 대중화와 고객서비스의 일환으로 계획된 이 소품전에서 화랑마다 시민
들의 발걸음을 불러모으기 위한 묘안을 짜내느라 고심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전국 화랑에서 전시되는 미술품들은 종류와 크기 여하를 막론
하고 1백만원 이하. 젊은 화가들의 원래 싼 그림들을 파는 것이라면
화랑들 입장에서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미술의 해, 고객 서비스
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유명 중진 화가들의 어느 정도되는 그림을, 어
떻게 해서 1백만원 이하에 팔 것이냐 하는 데 화랑들의 고민이 있다.
그러면서도 화랑들마다 이 전시가 가져올 미술의 대중화 와 미술시
장의 활성화 효과 때문인지 과히 싫지는 않다는 표정들이다. 지금까
지 연말을 맞아 선물용 소품전 등이 몇몇 화랑에서 없었던 것은 아니다
. 그러나 화랑협회 회원화랑 92개, 비회원 20개 등 전국적으로 1
백10여개 되는 화랑들이 일제히 가격을 1백만원 이하로 명시한 소품전
을 열기는 유례없는 일이다. 전국 110여 화랑서 동시 "미술의
대중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미술품은 사치품이나 투기의 대상이 아
니라 생활속에서 친근하게 보고 즐기는 것이란 인식을 보통 시민들 사이
에 심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화랑들이나 작가들이 어느 정도 희생을
감내하고라도 시민들을 미술 전시공간으로 불러모을 수 있는 이벤트가
필요했다." 이 소품전을 주관하는 화랑협회 권상릉 회장의 말이다.
소품전 성공의 관건을 쥐고 있는 곳은 역시 중견 이상 작가들의 비교적
비싼 작품들을 다뤄온 메이저 화랑들이다. 희생 의 정도가 크기 때
문에 고심도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막상 화랑협회에 접수되는 소품전
전시작가들의 명단을 보면 전시회 취지에 어울리게 상당한 성의 가
느껴진다. 조선화랑은 서양화가 정건모 김한씨 등의 3~4호 작품들을
내놓는다. 이들은 작품 1호당 가격이 1백만원대의 중진들이다. 국제
화랑은 이중섭 미술상 1회 수상작가인 서양화가 황용엽씨를 비롯, 임충
섭 김근중 홍승혜 조덕현 육근병씨 등의 작품을 화랑 내 한 방에 모아
놓을 계획이다. 현대화랑은 김창렬 이우환 백남준 서세옥 박서보 정상화
윤형근 정창섭 윤명로 서승원 신성희 홍정희씨 등 그동안 이 화랑에서
전시회를 가진 유명 미술인들의 작품을 내놓는다. 박명자 대표는 "각
작가들마다 판화는 한점도 없이 유화-수채화로만 4~5점씩 출품하게
될 것"이라며 "목적이 뚜렷한 전시인 만큼 원래 작품 가격이 얼마인가
하는 문제는 전혀 생각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표화랑은 홍종명
박창돈 곽덕준 오태학 이강소 량주혜 신장식씨 등 원로-중견들의 작품을
전시하기로 했으며, 진화랑은 석철주 김식씨 등의 작품을 출품키로 했
다. 선화랑은 최영림 장지원 박수용씨의 유화와 김기창 황규백 김창락씨
의 판화, 가나화랑은 이왈종 박대성 임옥상 오수환 이상국 오치균씨 등
의 작품을 내놓기로 했다. 작가-화랑 희생 감수 이들은 작품 1호
당 가격이 대체로 10만원대에서 1백만원을 넘는 작가들. 소품이라 하
더라도 이번 전시의 가격 상한인 1백만원은 간단히 넘는 유명화가들이다
. 그러나 이번 소품전에서의 가격은 화랑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긴 하
지만 대략 본래 작품가의 40~50%선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화랑협회의 한 관계자는 "작품 물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은
구입 희망자가 몰릴 경우 기존 고객보다 일반 시민이나 새로운 고객에게
우선적으로 작품을 팔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화
가들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 하는 것. 화랑의 성의 에 걸맞게 작가
들 역시 희생 적 태도를 보일 때 고객이나 시민들에겐 보다 만족스런
전시장 나들이가 보장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