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잡수시고 싶으십니까?" 점심약속을 하면서 의견을 물으면 많은
분들이 "가볍고 시원한 것 없을까?" "상큼한 봄냄새나는 것 "을 찾
는다. 봄 입맛이 돋는 철이 왔음을 절로 느낀다. 우중충했던 겨울냄
새를 지우고 싱그럽게 맛있는 음식을 찾는 계절, 나는 우리집 식탁의
분위기를 바꾸는 것으로 봄을 맞는다. 상큼하고 시원하게, 그리고 멋있
게 식탁을 차리면 글쎄, 나의 경우는 훨씬 밥맛이 좋다. 먹는 재미
즐기는 멋이 저절로 나는 것이다. 봄에는 그릇이 환해야 음식이 맛있
다. 접시는 흰색이나 블루, 청자에 특히 유리그릇이 시원하다. 여름보
다도 봄철에 내놓는 유리그릇이 한결 돋보인다. 냉이를 데쳐 조개다져
볶은 것과 된장, 참기름, 마늘로 무쳐 청자그릇에 담으면 그 색조화는
작품 이다. 파란 실파를 데쳐 흰접시에 담아놓으면 봄이 그냥 와닿
는다. 봄엔 노랑꽃이 식탁을 밝게 한다. 낮으막한 유리꽃병에 노란 프
리지어, 블루접시를 쓸때면 흰꽃에 보라색 아이리스를 곁들여 보라. 식
탁에 앉는 일이 축제처럼 마음을 들뜨게 하리라. 여기에다 집에서 만
든 과일주를 내면 얼마나 행복할까. 식탁을 정성스럽게 계절에 맞추어
꾸민다는 것 자체가 우리 모두의 삶을 위한 아름다운 자세다. 그래서
그런 식탁에 앉으면 그 아름다운 마음이 전해져 더욱 감사하고 흐뭇하게
수저를 들 수 있는 것이리라. 수저도 이 철엔 나무젓가락에 나무숟가
락이 신선하다.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기다란 콧수염의 기인이라고들
하지만 나는 그가 요리책을 썼다는 사실을(그것도 멋진 그림으로) 특히
많은 이들에게 강조하고 싶다. 단순히 먹는 즐거움 이상, 인생의
큰 의미를 식탁에서 찾는 그의 예술적 태도가 나를 감동시켰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