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전원이 20대로 구성된 젊은 극단 하나가 새봄을 맞은 대학로에
패기 넘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예전 출신을 중심으로 지난
해 11월 창단된 극단 인혁이 학전소극장에서 창단 첫 공연으로 무대에
올린 곡마단이야기 (이해제 작 이기도 연출). 곡마단 단장을 지
낸 한 노인의 회상으로 시작되는 이 연극은, 공동체적 삶을 살던 곡마
단이 돈과 권력이 개입하면서 무너져가는 과정을 통해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를 모색한다. 50년대의 한 유랑 곡마단. 가난하지만
독특한 개성을 가진 단원들은 서로를 이해하며 가슴 따뜻하게 살아간다
. 극단의 대표 이빨과 공산주의자였던 아버지가 내내 콤플렉스로 남은
칼 던지기의 명수 한칼이 극의 중심 인물이다. 이들에게 정계의 K과장
이 접근하면서 곡마단에는 파문이 인다. K과장은 대중을 동원하고 유세
장에서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 곡마단을 이용하려 한다. 이빨은 지긋지긋
한 가난과 주변의 천대로부터 벗어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입심 좋
은 민변사, 큰 가슴을 가진 바람기있는 가심이, 불을 내뿜는 얼치기
장사 차력 등도 이빨의 논리에 동화돼 간다. 공동체적이던 곡마단은 점
차 이빨을 정점으로 조그만 권력집단으로 변질돼간다.반대파는 한칼. 이
빨은 눈엣가시인 그를 공산주의자로 몰아 형사에게 넘기고 곡마단에서의
권력을 공고화하지만, 곧이어 터진 4.19로 곡마단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이 연극은 볼거리를 제공하며 약을 팔곤했던 곡마단에 대한 회
상을 아련히 떠오르게 한다.곡마단의 잔기술을 선보이려는 배우들의 노력
의 흔적도 보기좋다. 젊은 연극인들의 패기에 찬 무대이지만, 의욕을
조금 절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안겨준다. 인간다운 사회와 집단이
무엇인가를 탐구해보자 는 연출의 의도가 너무 강한 탓인지 곡마단이
변질돼가는 과정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볼거리나 흥미거리를 제공하는데는
소홀했다는 게 관객들의 지적이다. 19일까지. 오후 4-7시. 전상
진 김한희 남윤길 이은미 이수진 등 출연. (763)8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