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미술인 1백60명 앵글에 담아/때론 침식도 함께 내면세계
"생생" 어두컴컴한 화실에 고독하게 앉아 위스키 잔을 기울이는 권
옥연, 역시 화실에서 사랑하는 강아지를 어루만지는 천경자, 작업하다
말고 덜렁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깊숙이 담배를 한모금 빠는 김기창,
부인과 툇마루에 앉아 차를 마시는 오지호, 누드 모델을 응시하는 김흥
수, 조그만 탁자 앞에 쪼그리고 앉아 드로잉을 하는 장욱진 . 한국
현대미술사를 화려하게 수놓은 거장들의 감춰진 모습들이 한장의 흑백사
진을 통해 생생히 살아난다. 원로 사진작가 문선호씨(73)가 미술의
해를 맞아 그동안 찍어온 화가들 사진을 모아 11일부터 21일까지 예
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580-1611)에서 한국 미술인의 모습 전
을 개최한다. 문씨가 1970년부터 최근까지 25년 동안 작고작가
40명과 생존작가 1백20명 등 무려 1백60명의 미술인들 사진을 패
널에 넣어 선보이는 이 전시는 일반인들이 작품을 통해서만 만나는 화가
-조각가들의 인간상과 작품 제작 현장은 물론 사생활까지도 엿볼 수 있
는 드문 기회다. 사진에 담긴 작가는 허백련 김은호 변관식 등 작고
한 근대 동양화의 대가에서부터 이두식씨 등 40대 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문씨는 이들의 내면세계를 보다 자연스럽게 드러내기 위해 때
론 이들과 침식까지 함께 하며 사진을 찍었다. 지금은 원로가 된 미술
인들의 20~30년 전 모습은 일반 관람객 뿐 아니라 화가 자신들에게
도 전혀 새로운 느낌을 준다. "화실에 가보면 평소에 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는 문씨는 "특히 작고한 장욱진선
생이나 김기창 천경자 김흥수씨 등은 삶 자체가 드라마틱하기 때문인지
생생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남 출신인 문씨는 박수근
장리석씨 등과 선전에도 입상하는 등 미술인의 길을 걷다가 월남 후
사진으로 방향을 바꾼 케이스. 그러나 미술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해
원로 화가들과 막역한 친교를 유지해오며 이처럼 사진도 찍고, 화가들
화집 발간 사업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