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폐물제거 효험/피부미용에 탁월/다양한 약수성분/통값포함 18ℓ 한
말 42,000원선/채취구멍 크기 제한 수목 보호 오는 6일 경칩을
앞둔 요즘 지리산 일대 숙박시설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호텔 여관
콘도 산장들의 객실마다 가족끼리, 친지끼리 삼삼오오 모여앉아 밤새워
뭔가를 열심히 마셔댄다. 따끈한 온돌방에 둘러앉아 짭짤한 명태나
오징어 구이를 곁들여 마시는 말간 물은 고로쇠라는 나무에서 채취한 수
액이다. 끊임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한사람이 하룻밤에 반말(9ℓ)에
서 많게는 한말까지를 마신다. 달콤 쌉쌀해 물리지않고, 아무리 마셔도
배탈이 나지않는 게 신통하다. 고로쇠는 단풍나무의 일종. 보통 단
풍과 비슷하지만, 잎끝이 무디고, 줄기 껍질에 세로로 거친 결이 있다
. 고로쇠는 뼈에 이로운 물이 나오는 나무라는 뜻의 골이수 에서 유
래했다 한다. 경칩을 전후해 2월하순부터 춘분무렵까지가 제 철이다.
삼국시대 화랑들이 마셔 전투에서 더욱 기세를 올렸다고 전해오는 고로
쇠 액은 성인병과 출산후 잔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제
어엿한 관광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피크인 3월 초순에는 지리산 피아골
일대 산장 20여개에만 하루 5백~8백명이 찾아들어 방잡기가 힘들다.
지리산뿐 아니라, 조계산 백운산 승주 광양 화순 순창 등 호남일대로
자생폭이 넓어지고 있고, 최근엔 울산이나 거제도같은 영남지역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고로쇠물은 많이 마시면 노폐물을 씻어가 몸이 가뿐해
지며, 다양한 약수 성분이 체내에 스며 피부를 매끄럽게 하는 미용효능
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이 허한 사람은 흑염소나 토종닭을 수
액에 고아먹기도 한다. 전남보건환경연구원은 고로쇠 수액 1ℓ에 황산이
온 1백76.7㎎을 비롯한 미네랄과 자당성분이 27.3g 포함돼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채취권과 채취구역은 인근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나눠
갖고 있다. 외래인이 함부로 나무를 건드리다간 혼쭐이 나기 십상이다.
대개 고지대에 자생하고 있어, 아예 나무들을 호스로 연결해 집근처까
지 편리하게 모아온다. 밤사이 나무가 흡수했던 물을 낮에 날이 풀리면
서 흘려내고, 흐리거나 비가 오고 바람이 심한 날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신기하다. 피아골상회 주인 김성수씨(39)는 "나무를 보호하
기위해 채취구멍 지름을 8㎜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며 "그정도 구멍
이면 1년뒤 철이 돌아오기 전에 줄기가 완전히 회복된다"고 말했다.
고로쇠 물은 2월하순 낮은 지대에서부터 먼저 나오되, 일찌감치 3월
초-중순이면 그치고, 피아골 뱀사골 심원계곡같은 지리산 고지대에서는
4월 중-하순까지 나온다. 지리산에서는 고로쇠 물이 끝날 무렵 단풍
나무과에 속하는 거자수에서도 물이 나온다. 약간 씁쓸해서 인기가 덜하
지만 약효는 더욱 좋다고 한다. 고로쇠 물은 숙박업소나 음식점, 관
광객이 지나는 도로변에서도 많이 판다. 그러나 주민들이 채취지역에서
직접 파는 것이 가장 싱싱하다. 약수통 마개를 열어 밑바닥까지 투명하
게 보이면 아주 신선한 것이고, 오래된 것은 뿌옇고 앙금같은 것이 보
인다. 유통기간 은 요즘같은 제철엔 1~2주일까지 가고, 춘분이후에
는 2~3일에 그친다. 자동차로 운반해가면 트렁크가 뜨거워 금방 상하
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통 값을 포함해 18ℓ 한말에 4만2천원선.
지리산 일대에는 화엄사 쌍계사 선암사 송광사 등 명찰이 많아 1~
2일 코스로 함께 둘러볼만하다. 특히 전남과 경남을 잇는 구례~하동간
섬진강변 국도가 드라이브 코스로 일품이다. 화개장터나 구례 닷새장도
볼거리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전주에서 내려
남원쪽 지리산까지 4차선 도로가 시원스럽게 뚫려있어 편하다. 초행길
이어서 부담스러운 사람은 진영여행사(02-737-8777)를 비롯한
일부 여행사가 개발해놓은 패키지코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