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우리의 도시 주거양식으로 보편화된 세월 만큼, 거의 20년
을 서울 이촌동과 과천, 근년에는 평촌으로 옮겨 공동주택 단지에서 살
아 왔으니, 전문가적 시각을 빌리지 않더라도 남만큼은 아파트 문화
를 얘기 할 자격이 있는 셈이다. 좁은 뜰이나마 한 그루 심은 감나
무 가지에 때로는 아침 까치소리 반갑고, 민들레 몇 송이 그 뜰에 피
는 정서를, 이러한 서정을 공간적으로 형상화함을 직업으로 삼는 내가
모를리 없다. 또 위층 집 아이의 쿵쿵대는 소리와 긴 그림자 지우는
앞동의 삭막한 풍경을 누구도 좋아 할리는 없다. 그럼에도, 살기엔
문제 투성이일 듯한 고층 아파트의 수요는 줄어들지 않으며, 더구나 농
촌에서조차 아파트 선호경향이 생긴다니 흥미있는 사회적 연구대상이 아닐
수 없다.이러한 수요는 물론 주택물량의 절대부족과 관리-방범-교통-
학군등의 편리성과 상대적인 경제성을 아파트는 최소한 보장하기 때문이다
. 이러한 긍정적 이유 외에도 이 시대 우리 문화의 특성인 하향적
평준화의 획일성 에 모두가 수십년 길들여진 안목 탓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관리나 기업가는 물론 이른바 교양있는 시민조차 환경과 조형에
대한 미감과 건축과 도시에 대한 이해를 상실하여, 문화가 빠진 졸부들
의 마을인 신도시 아파트 단지가 저렇게 비온 뒤의 죽순 처럼 솟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잘지으나 못지으나 공급가격이 획일적 규제로
동일한 시대는 이제 마감되어야 한다. 또 아파트 내부 칸막이 변경을
금지해온 제도를 고쳐, 오히려 융통성 있는 칸살의 변화를 적극 유도하
도록 벽식구조 공법을 되도록 지양해야 할 것이다. 작은 환기창마저 옆
세대와 마주 할수 없게 하며, 필요 이상의 거리 규제로 사실상 측벽
에 창을 낼수 없게 한 현행 법규로는 저 획일적 배치와 조형을 벗어
날 길이 없다. 타성적인 관행과 법규를 재검토하는 관계자들의 노력을
기대 해 본다. 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