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피하기 좋더군요. 이쪽도 한 표 찍고, 저쪽 부탁도 들어주고 .
" 제20대 서울대 총장선거 2차투표가 실시된 21일 오전 전날 선
출된 3명 후보자중 한 명을 찍고 나온 한 교수는 이번 선거의 소감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했다. 한국 최고의 지성을 뽑는다는 서울대 총
장선거가 이정도의 평가밖에 받지 못하게 된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연기명방식의 투표형태. 당초 취지는 단과대별 경쟁이 과열되는 것
을 막고 학교 전체에서 신망을 받는 후보를 가려내자는 것이었다. 그러
던 것이 오히려 다양한 학맥, 인맥과 얽히면서 누이좋고 매부좋은
투표행태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한편으론 연기명방식이 갖고있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계산함으로써 강력한 경쟁상대를 떨어뜨리기 위한 전략 으
로 이용됐다는 얘기다. 각 단과대학별 교수정원비례에 따라 선출된
총장후보선정위원회 도 제 할일을 하지 못했다. 엄격한 기준을 세워 총
장후보 대상자를 선별하고 추천하는 작업을 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자
천 후보자들을 그냥 확정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선정위원들이 그 과
정에서 후보진영의 치열한 로비와 복잡한 계산에 휘말렸다는 비난도 만만
치 않다. 선거운동은 더했다. 당초 선정위는 서울대 교수들의 양식을
믿고 금품 및 향응제공이 위법이라는 규정은 아예 만들지도 않았다. 단
지 개인홍보는 소견문의 배포와 소견발표장에서의 연설로 제한한다는 합의
만 마련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막상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선물제공, 개
인홍보물배포, 상대후보에 대한 흑색선전 등 기존 정치판을 방불케하는
양상이 벌어졌다. 이에 대한 진상조사나 경고조치 같은 사후제재는 물론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흠집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총장 직선
제의 체면을 지켜준 것은 예상외로 높은 투표율 정도다. 방학중이라는
불리한 여건속에서도 1차 투표율이 87.2%를 기록한데 이어 토요일에
실시된 2차투표도 84.48%의 참여율을 나타냈다. 투표장을 나선
한 젊은 공대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운영이다.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선거운동과정이 서울대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
을 비교적 소상히 발굴해 전체 교수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해주었다. 후
보들의 주장이 처음엔 달랐다가 점점 비슷해지는 것이 문제이긴 했지만
." 박종세.사회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