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속 곳곳서 가스 폭발음-불기둥 "생지옥"/전철-버스 불통 17시
간만에 오사카로 탈출 "갑자기 집이 마구 흔들리면서 온몸이 아래 쪽
으로 꺼져 내려갔습니다. 지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고베를
탈출, 18일 낮 12시 대한항공721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이두
영씨(48.서울 양천구 목동) 가족은 아직도 대지진의 공포와 충격에서
채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지진이 덮치던 17일 새벽 고베시 나
가다구(장전구) 손위 동서집에서 곤히 자고 있던 이씨와 부인 송옥희씨
(45) 딸 유라양(14)은 세상이 온통 무너져 내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벽면이 무너지고, 모든 가구가 쓰러지고 부서지고 . 이불을
뒤집어 쓴채 한참을 숨죽이고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2층 목조
건물이 고스란히 아래로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우리 식구와 동서 가족
7명 모두가 2층에서 자는 바람에 화를 면했습니다. 천운이었습니다."
문도 열리지 않아 사다리를 타고 집밖으로 나와보니 이미 옆집에서
난 불이 옮아 붙고 있었다. "암흑천지에 가스가 터지고, 불길이 치
솟고 있었습니다. 성한 목조 건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담요를 덮어쓰
고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놀라 뛰쳐나온 주민들은 웅성거리고 있었고,
거리에는 구급차 소리만 요란했습니다." 정신을 추스린 이씨 일가는
서울로 탈출 하기 위해 오전 9시 오사카로 향했다. 그러나 전철,
버스 모두 불통이었다. 간사이공항으로 연결되는 페리를 타러 1시간
30분이나 걸려 부두로 나갔다. 그러나 직원도 없어 결항한다는 말에
발길을 되돌렸다. 조카의 차로 부득이 육로로 출발했다. 고가도로는 모
두 무너진데다 도로도 엉망이었다. 평소 50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
지만 이리저리 성한 도로를 찾아다녀야 했다. 고베는 도시 전체가 폐허
나 다름없었다. 언제 또 다시 지진이 일어날 지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씨 가족이 오사카에 도착한 것은 19일 새벽
2시. 고베를 떠난지 17시간만이었다. 그제서야 우동으로 끼니를 때
웠다. "지옥에서 살아온 느낌입니다." 구두 대신 아무렇게나 신은 운
동화를 가리키며 이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악몽을 되새겼다. 권상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