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보디숍(Body Shop)이라는 화장품 회사가 있다. 비즈니
스 위크지가 91년 "세계 화장품시장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고 격
찬한 기업이다. 76년 런던에서 작은 규모로 문을 연 이 회사가 90
년엔 4억달러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현재는 세계 40여개국에 7백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보디숍의 성공비결은
환경 이었다. 쓰레기배출량을 극도로 줄일 수 있는 상품전략이 소비자
들에게 어필했다. 화장품의 용기는 단 한가지. 크기만 5가지로 구분될
뿐 내용물에 관계없이 원통형의 동일한 용기에 담아 팔았다. 겉포장
상자도 없고 사용설명서도 없앴다. 비누제품은 랩으로 한번 싸서 진열대
에 올려놓았다. 화장품회사들은 전통적으로 여성들에게 꿈 을 팔아왔다
. 현란한 포장이나 화려한 광고로 호기심을 자극해야 성공할 수 있었다
. 보디숍은 이런 사고방식에 도전했고 이것이 적중했다. 현재 시행초
기에 있는 쓰레기종량제와 관련,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이 포장의 간소화와 불필요한 광고선전물의 억제 등 기업들의 각성을 촉
구했다. "포장이나 광고에 드는 비용도 어차피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터에 이젠 쓰레기 처리비용까지 떠맡게 됐다"는 소비자 정서를 대변한
주장이다. 현재 우리나라 쓰레기의 4분의 1이 포장재다. 대량소비문
화의 확산에 따라 이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게 확실하다. 이걸 잡지못하
면 쓰레기정책은 실패한다. 각국의 정책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15일 회원국들로 하여금 앞으로 5년내에
포장폐기물의 50% 이상을 회수해 재활용하도록 하는 관리지침을 정했다
. 독일은 92년부터 듀얼포인트 시스템 이라는 포장재 회수 의무화
규정을 두어 불과 1년만에 포장쓰레기의 양을 절반으로 줄였다. 스위스
의 미그로사는 24개의 치약을 하나의 상자에 넣어 판매한다. 세제포장
도 종이박스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지퍼 달린 비닐봉투로 대체했다. 유리
병을 6개까지 넣을 수 있는 5백만개의 플라스틱 박스를 만들어 점포마
다 비치, 소비자들이 예치금을 맡기고 사용하도록 하는 아이디어도 고안
해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이처럼 피를 말리는 수
준이다. 종량제를 도입한 것도 결국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다. 국민들
은 대의를 위해 희생과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이젠 기업이 상품전략의
과감한 수정으로 여기에 답을 해야한다. 그럴 경우 한국 국민들도 보
디숍 같은 기업을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 한삼희.수도권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