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남부 서섹스에 있는 해변 휴양도시 워딩. 인구 10만 남짓한
이 조용한 도시에서 한국 자동차메이커의 승용차 모델이 완성돼가고있다.
대우자동차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결별한 이래 본격적인 첫 독
자모델로 개발하고 있는 중형승용차 J-100 이다. 그 산실은 대우
-워딩테크니컬센터다. 대우는 올해초 자동차엔지니어링분야에서 세계적 명
성을 얻고있는 IAD그룹산하 워딩테크니컬센터의 1백70여 전문인력과
12동(동) 4천평 연구시설을 통째로 인수해 가동하고 있다. GM과
맺었던 판매지역 제한이 풀리는 새해, 대우는 영국에 유럽시장을 공략하
는 전진기지를 차린 셈이다. "유럽지역은 운전습관부터가 미주나 아시아
지역과 다르다. 유럽지역에 맞는 타입을 개발하려면 유럽속에 들어와 있
어야 한다." 연구소 책임자 한기상부사장이 말하는 세계경영론 이다.
워딩연구소는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미국 전략을 연상케한다. 도요타는
86년이래 자동차공장은 물론 기술센터, 디자인센터 같은 R&D설비들
을 미국내로 옮겨와 주력차종의 디자인에서 출하까지를 모두 현지에서 해
낸다. 도요타는 새해 미국시장 판매차량중 미국내 생산분 비율을 75%
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 도요타에 국적은 이제 의미가 없다.
"우리는 일본회사도 미국회사도 아니다. 소비자를 위한 회사일뿐"이라
고 도요타는 서슴없이 공언하고 있다. 이른바 전략은 글로벌하게, 행
동은로컬하게(think globally,act locally) 라는
다국적기업들의 행동지침이 잘 드러나보이는 코멘트다.지난 한해동안 한국
기업들도 너나없이 세계화 라는 구호를 요란하게 내걸었다. 그러나 세
계적 다국적기업들의 세계화전략과 비교하면 어쩐지 공허한 슬로건에 지나
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공기업 민영화에 따른 이전투구와 사업영역
을 확장하려는 집안 밥그릇다툼으로 한해를 허송한 게 아닌가 싶다. 미
국 동부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듀폰 본사 건물들 가운데 먼채닌빌딩
은 몇달째 유령의 집처럼 텅빈채 매물로 나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 최근 3년간 단행된 대대적 감원조치때문이다. 살인적인 감원조치
로 12층 빌딩만큼의 듀폰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듀폰은 본
사를 포함한 전체 직원중 21%, 3만명을 해고했고, 경영진은 10명
중 3명꼴로 일자리를 잃었다. 몸은 가볍게, 보폭은 넓게 끊임없이
뼈를 깎는 체중감량과 리스트럭처링으로 세계시장을 하나로 묶어 뛰는
다국적기업들의 세계화전략을 보면 한국기업의 세계화는 아직 갈길이 멀었
다는 생각이 절로 솟는다. 오태진.경제부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