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국 소년이 우리나라 원자력연구소의 자료를 통째로 빼내간 사건은
어이없고 기가차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거기가 어디라고 감히 뚫고
들어갔으며, 그처럼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들어가 장난할 수 있는 곳
이 여기저기 널려있다는데 생각이 미치면 정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일
이 아닌가. 더욱 난감한 사실은 이처럼 해커들이 무시로 들락거렸어도
, 자료를 빼내 이리저리 옮겨보는 장난을 쳤는데도 우리쪽은 까맣게 모
르고 있었다니 이런 낭패가 어디 있는가. 다행히 빠져나간 자료중에 국
가 1급 비밀은 없다는 것이 연구소의 주장이지만 핵연료와 원전설계와
관련된 주요 설계코드가 들어있었다니 문제는 적잖이 심각해 보인다.
우선 급한 일은 유출된 자료의 전모를 신속히 파악하는 일이 긴요하다.
행정적 이유나 체면 때문에 사태의 파악이나 처리 과정에서 소홀하거나
간과하는 부분이 남겨져서는 안될 일이다. 다시 한번 국가 기밀과
정보관리 체계를 총점검해서 최선의 방역체제를 확립한다면 이번 사건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미공군 컴퓨터범죄 수사반장의 안전진단
실험에 따르면 그 철통같다는 미 국방부의 컴퓨터도 88%가 뚫려졌으
며 그중 4%만이 이같은 외부의 침입사실을 인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실제로 이번 침입사건의 피해자가 한국원자력연구소 외에도 미 항공우
주국(NASA), 캘리포니아 제트추진연구소 등 미국의 특급기밀기관들도
포함되었다니 놀랍다. 이같은 실태와 실험통계는 우리에게 다소 위안이
되지만, 그보다는 정보화사회의 관리능력이 정보화 자체나 정보산업발전
못지 않게 오히려 더 중요함을 새삼 깨우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