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큰 절의 스님들이 자기 몫의 쌀자루를 각각 간직
하고 있었다. 때가 되면 각자 자기 먹을 분량의 쌀을 내놓고서야 공양
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객승이 갑자기 찾아오는 것조차 반갑지 않았
다. 조금씩 자기 몫을 떼어 밥 한그릇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열 숟가락의 밥을 모으면 한끼 밥이 된다는 의미의 십시일반이라는 말
이 그런 상황을 설명한다. 어려움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모습이 엿보이는
것은 물론이지만, 거기서 샘솟는 인정이 더욱 소중한 것이 아니겠느냐
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불교 신자들이 자기가 다니
는 절에 수입의 일부를 반드시 바쳐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그래서 시
주도 형편이 닿는대로 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있다. 그렇지만 기독교의
경우는 자기 수입의 10분의 1을 교회에 바치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다. 이른바 십일조라는 것이다. 그런데 엊그제 발족한 효세계화 본
부 발기인 모임에서는 효도법 제정과 효도세 신설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매월 수입의 10%를 부모님에게 용돈으로 드리는 용채드리기 운동
을 전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게 십시일반이나 십일조의 또 다른
유형일지도 모르겠다. 싱가포르 의회가 얼마전 늙고 가난한 부모 부양
을 거부할 경우 자식들을 벌금형에서 징역형까지 처할 수 있는 부모
부양법안 을 심의한다 해서 세계적 토픽이 된적이 있다. 오죽해서 이런
법을 만들 궁리를 했겠느냐는 이해의 이면에, 정부의 책임을 개인에
떠넘기려는 책략이 숨어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불효의 세태도 문제지만
, 효도를 구걸하는 모습도 흔쾌한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