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철의 사나이 로 세계 철강 업계를 누비던 박태준씨가 친상을
당하면서 다시금 세인의 주목을 받게 됐다. 여당 최고위원까지 지낸 박
씨는 현재 특가법 위반등 혐의로 기소중지돼 있는 상태이다. 그의 귀국
여부가 당연히 화제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물론 딱하기로 말하면 당
사자가 으뜸이겠지만 그의 문제를 둘러싼 정부측 입장도 작금에 와서는
매우 미묘해 보인다. 한 때 포철신화의 주역으로, 집권당의 관리자로
일세를 풍미했던 박씨가 본의 아니게 방랑자 신세가 되더니 급기야는 친
상을 치를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게 되었으니 언필칭 인생무상이다.
그렇다고 그에 대해 특별한 정치적인 고려를 적용하자니 뭔가 형평에
어그러진다는 비판에 신경이 쓰여질 터이니 이래 저래 난처하기는 정부도
마찬가지일 테다. 어쨌거나 박씨 문제의 해법은 현 정부의 생각과 자
세에 따라 자연스럽게 풀릴 수도 있고 시종일관 사무적으로 굴러갈 수도
있는 미묘한 시점이다. 이런 미묘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 때 그와
같이 당을 하던 민정계 정치인들 가운데에도 몇몇은 문상가는 일조차
위 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염양세태라더니 과연 줄서기
와 눈치보기에는 정치인을 능가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나저
나 정치란 워낙 해바라기 속성과 운명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마냥 그들
만 탓하기도 정작 어렵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런 한심스런 눈치보기
가 근대적이고 민주적인 정치풍토와는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입맛이 쓰다. 눈치보기도 권위주의의 잔재라지만 좀더 어른스러운 정치풍
토가 아쉬운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