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가들 기부금으로 행사주도/ 악극 백년째 공연 입장대기 6년/
"명예중시" 아무리 스타라도 출연료 500만원 상한 올 관광객 10
만명 예상 독일 중부 바이에른 지방의 전원도시 바이로이트는 바그너시
로 불린다. 독일출신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가 1
876년 이곳에 축제극장을 짓고 음악-시-연극을 결합한 자신의 악극(
music drama)을 공연한 이래, 1세기가 넘도록 이곳에선 그의
작품만으로 음악제가 열리고 있다. 해마다 7월말부터 한달간 축제극
장을 달구는 악극의 제작과 극장운영을 책임지는 총감독직도 바그너를 거
쳐 아들 지그프리트, 손자 비란트와 볼프강 3대로 대물림되고 보면 축
제극장은 바그너가 살아 생전에 건설해둔 자기예술의 신전인 셈이다.
독일특산 문화상품으로서 바그너축제가 갖는 부가가치는 엄청나다. 총체극
으로 불리는 악극 자체가 전통 오페라에 대한 반발로 비롯된 바그너 음
악세계의 독점적 산물인데다, 그 오리지널 공연물은 이곳 바이로이트 브
랜드로만 배타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까닭이다. 링 16시간 공
연 대표작인 니벨룽겐의 반지 (일명 링)의 경우 공연에만 하루 평
균 4시간씩 꼬박 나흘이 걸리고, 이 무대서 활약하는 테너를 영웅테너
(헬덴테너)로 구별해 부를만큼 가수들도 실력 못잖게 체력부터 뛰어나야
넘볼 수 있는 대작이다. 그래서 링 이 공연되는 여름이면 세계도처
의 바그너팬들이 순례의 행장을 꾸려 바이로이트로 몰리고, 음악사는 그
들에게 이름을 따로붙여 바그네리안 이라 부른다. 마이스터징어, 리
하르트 바그너, 코지마 리스트 . 바그너일가의 이름을 딴 도로가 겹겹
이 에워싸고, 로엔그린-홀랜더-발퀴레 등 악극 이름에서 상호를 빌린
호텔과 상점이 즐비한 인구 7만명의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바그너공원 언
덕에 축제극장은 오연히 솟아있다. 오케스트라피트가 무대밑을 동굴처럼
파고앉은 독특한 구조의 이 목조극장에서는 지난 7월 25일부터 8월
28일까지 4부작 링 (3회), 트리스탄과 이졸데 (6회),
파르지팔 (5회), 방황하는 화란인 (6회)이 공연됐다. 이가운데
제임스 레바인이 지휘한 링 은 선과 면, 빛을 기하학적으로 엮은
알프레드 키르셔너의 파격적 연출, SF패션쇼를 방불케한 의상이 특히
와(환호)반, 우(야유)반 의 화제를 모았다.7개작품이 공연된 올해
축제의 제작비는 2천만마르크(한화 약 1백억원). 연방정부-바이에
른 주정부가 각각 16%, 바이로이트시 8%, 바그너협회 6%, 바이
로이트시가 속한 도격인 프랑켄정부가 3%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입장권
판매로 충당됐다.연방-지방정부의 보조금이 공공지원인데 비해 애호가들
로 구성된 바그너협회의 지원은 축제를 상징적으로 지탱하는 축이다. 오
늘날의 골프장 회원권처럼, 축제입장권을 미리 분양해 극장건설비의 일부
를 조달하려 한 바그너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1873년 발족된 이 협회
는 1951년 독일 바그너협회로 재정비되고, 이를 모태로 유럽의 주요
도시를 비롯 한국-일본 등 40여개국에서 그 지부가 활동하고 있다.
독일 바그너협회 회원수는 4천여명. 이들이 1인당 최하 4백마르크씩
극장측에 내는 기부금은 연간 1백만마르크(한화 약5억원)에 이르고,
51년이후 협회가 제작지원비로 희사한 돈은 5천만마르크(2백50억원
)에 달한다. 이처럼 여느 음악제와 달리 열성팬들이 헌금하듯 축제를
주도하는 것은 니체의 표현처럼 디오니소스적 광기 마저 서린 바그너의
세계를 특유의 종교적 열정으로 채색하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바
이로이트는 음악사에 명멸한 스타들의 무대이기도 했다. 1876년 한스
리히터 지휘로 링 이 공연된 이래 크나퍼츠부시를 비롯 푸르트벵글러
, 글뤼탕스, 자발리시, 요훔등이 지휘자로 참여했고, 한스 호터(바리
톤), 비르기트 닐슨(소프라노)등 걸출한 가수들이 무대를 누볐다.
흥미로운 것은 제아무리 스타일지라도 출연료가 1만마르크(한화 약 5백
만원)를 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 무대서 2백만마르크는 거뜬히 챙
기는 테너 도밍고도 1만마르크 수준의 개런티로 지난해 파르지팔 에
출연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올해 파르지팔 에도 출연이 예정된 도
밍고가 LA 월드컵콘서트 때문에 바이로이트 리허설에 며칠 늦겠다고 극
장측에 알려오자, 총감독 볼프강이 그렇다면 출연을 사절한다 며 배역
을 취소한 것. 제작자와 출연자 모두 권위와 명예를 돈보다 중시하는
것이야말로 바그너축제를 여느 음악제와 구별지우는 확고한 전통으로 뿌리
내리고 있다. 2천년대 예약 올시즌 축제는 47개국에서 모두 5만
7천7백50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8~2백90마르크짜리
입장권을 얻기까지 대기하는 시간은 평균 6년. "3년간 신청했는데
도 티켓을 받지 못했다면, 최선의 방법은 3년을 더 기다리는 것입니다
. 주의할 것은 2년연속 신청이 끊기면 과거 몇번을 신청했든 입력자료
가 모두 지워진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2000년대 입장권을 예약받고
있습니다." 총감독 볼프강의 설명은 주케 카르테 (표구함)라고 쓴
쪽지와 팻말을 들고 서성대는 턱시도차림이 시즌내내 극장주변에서 끊이
지않는데서도 실증된다. "지난해 바이로이트를 찾은 관광객은 모두 8
만8천명입니다. 이가운데 외국인은 1만4천여명으로, 한사람 평균 이틀
씩 2만8천5백일을 호텔서 묵었습니다. 호텔 객실수도 지난해 1천2백
실에서 올해는 2천실로 늘었지요. 올해 관광객수는 시인구의 1.5배
수준인 10만명 정도로 예상합니다." 바이로이트시 관광부 관리 크레
처씨는 올해 정도 8백주년을 맞은 바이로이트 시당국이 펼치는 각종 문
화행사로 관광유인(유인)은 크게 늘었지만, 으뜸가는 아이템은 여전히
바그너축제라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서울-뉴욕-
동경에서도 만날 수 있지만, 바그너는 반드시 바이로이트에서만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