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심취는 학생무지 때문"/구소붕괴후 민족간 분쟁이 걱정/젊은
이들 죽기살기 로 공부해야/한자로 서양학문 적확히 표현 일 근대화
성공 대담=남상균 문화1부차장대우 일본의 대표적 지성인 하야시
겐타로(임 건태랑)전동경대총장(82.서양사)이 27일 오후 서울에 왔
다. 하야시교수는 학생운동이 일본 대학가를 휩쓸던 1966년, 극렬좌
경학생들에 의해 교내에 1백73시간 동안 감금당한 사건으로 유명하다.
당시 문학부장이던 하야시교수는 학생들의 부당한 요구를 단호히 거절하
면서 궤도를 벗어난 학생운동과 모순된 논리를 통박, 학문의 자유와 대
학의 자주성을 역설해 학원이 정상화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28
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국제한자진흥협회 주최로 열린 한자문제 국제토
론회 에 참석한 하야시교수를 문화1부 남상균차장대우가 만났다. 편집자
주 -학생시절(일고와 동경제대) 자본주의를 배경으로 하는 서구
렬강과 이를 모방하는 일본제국주의를 비판, 마르크시스트사관을 중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 동서냉전국면에서 노출된 공산주의 실상에
환멸을 느껴 자유주의자가 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요
. "공산주의는 실상을 알고 나면 누구나 돌아서게 됩니다. 얘기하신
대로 저는 젊은 시절 마르크시즘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었습니다. 그러
나 전후의 소련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들의 행동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독재요, 국가이기주의였습니다. 소련은 자국의 개발을
위해 일본인 전쟁포로를 비인도적으로 다루면서 많은 사람을 죽였습니다
. 공산주의에 심취해 있을 때는 이런 사실을 몰랐지요." -소련과
동구가 무너지면서 공산주의에 대한 실험은 70년 만에 대실패로 끝났습
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사정이 달라 아직도 좌경학생운동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또 앞으로의 세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일부 한국학생들은 좌익적 성
향이 강하고 북한을 동경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경향은 60년대말 서
독에서 먼저 나타났습니다. 2차대전후 독일의 공산주의자가 모두 동독으
로 가는 바람에 서독에는 공산주의자가 없다고 할 지경이 되었지요. 그
러나 학생운동이 터지자 갑자기 공산주의자가 늘었습니다. 마르크시즘의
실체를 몰랐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마르크시즘에 대한 무지는 마르크시즘을 동경하는 요인이 되지요. 한
국의 투철한 반공사상도 일부 무지한 학생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는 요
인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다시는 공산주의자-사회
주의자가 판치는 세상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될 수가 없습니다.
공산주의는 명백히 파탄을 선언했습니다. 자유민주주의가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공산주의-사회주의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소련이 무너진후 세계
의 걱정거리는 민족간 분쟁 격화입니다. 유고가 그렇고, 아프리카도 민
족분쟁이 심각합니다. 이와함께 미일무역전쟁으로 대변되는 세계경제마찰도
인류가 슬기롭게 풀어야할 과제 입니다." -시대를 앞질러가는 학생
운동은 과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시대에 뒤처진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주사파 젊은이들이 과격한 학생운동을 벌이고 있
습니다. 폭력이 난무했던 동경대사태의 당사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 군사대국화 불가능 "한국학생운동은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있
습니다. 학생운동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러시아의 인텔리겐치아운동,
전후 인도네시아의 학생운동 같은 후진국형과 선진국학생운동입니다. 민
주주의가 만개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민의식 수준이 낮은 후진국에서는 학
생운동이 사회모순을 지적하며 국민을 계도합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발
달로 노동자의 생활여건이 좋은 선진국에서는 학생들이 아무리 마르크시즘
을 외쳐도 국민들에게 먹혀들지 않습니다. 공산주의는 인간의 욕구불만을
기초로 혁명을 유도하는데 선진국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얘기지요. 이런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의 학생운동은 과도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동
경대 사태때 저는 학생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들
은 인간소외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교수와 직원, 학생들의 대등한 관계
를 요구했습니다. 심지어 동경대 해체 까지 요구했습니다.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엉터리주장이요, 요구여서 학생들과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세계속의 일본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과거(
일제)에 대한 반성 없이 군사대국화를 지향한다는 우려가 아시아 여러나
라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아시아 각국과 일본은 어떤 관계가 바람직하다
고 보십니까. "일본이 군사대국으로 간다는 것은 현 정치체제로 봐서
절대 불가능합니다. 전전의 명치헌법에는 군부가 정부의 의사결정 밖에
있어 규제가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기회에 저의
생각을 한가지 밝히고 싶습니다. 일본의 자위대는 현실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군대입니다. 그런데도 일본헌법은 군대를 인정치 않기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군대가 없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모순
입니다. 앞으로 일본이 세계평화에 기여하려면 헌법을 고쳐 자위대의
실상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에서 국제화-세계화라는 단어가
국가적 전략목표 로 자리잡으면서 동북아 공통문자인 한자교육의 필요
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배우기 힘들다
는 이유로 한글전용 입니다. 한자 교육은 개인과 국가 발전에 어떤 기
능을 한다고 보십니까. 모든학문 역사학 귀착 "한자를 쓰지 말자는
주장은 전후 일본에서도 나왔습니다. 미국의 영향으로 한자는 낡은 것
, 봉건잔재라고 했습니다. 심지어 일본글자(가나)를 버리고 로마자를
쓰자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국어학자들은 상당수가 동의했지만 문인들이
반대해 한자가 살아 남았습니다. 문자는 말의 표현이고, 문화를 대표한
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 이지요. 한자는 문화적 전통을 이어줍니다.
일본이 근대화에 성공한 것은 서양학문을 전통문화와 적절히 결합했기
때문입니다. 한자는 합리적입니다. 막부말기 양학, 즉 서구학문을 받아
들인 사람은 모두 한학자 였습니다. 그들은 한자의 과학성, 논리성으로
서구학문의 추상적인 과학-철학용어를 한자로 적확히 표현, 근대화의
학문적 기초를 닦았습니다." -사학자로서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국
경을 초월해 들려줄 말이 있다면요. "제 나이 80을 넘었지만 6개
월 전에 소화역사와 나 라는 책을 냈습니다. 젊은이들은 죽기살기로
공부해야 합니다. 특히 역사공부를 열심히 하길 권합니다. 모든 학문은
역사학으로 귀착되며, 역사는 하면 할수록 재미있습니다." 정리=이미
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