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을 브람스와 함께 시작한 사람들은 행복했다. 지난 1일부터 4일
까지 예술의 전당 음악당은 브람스 음악의 향기와, 이를 폐부 깊숙이
호흡하며 가을을 예감하려는 음악팬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교향곡 4곡
과 피아노, 바이올린, 이중협주곡등 브람스의 교향곡-협주곡 전곡이 연
주된 이번 브람스축제 는 음악회를 기획하고 나흘간 무리없이 끌어간
지휘자 금난새, 코리안심포니와 수원시향의 적절히 조련된 연주력, 여기
에 백건우(피아노), 강동석-제니퍼 고(바이올린), 조영창(첼로) 등
협연자들의 기량이 한 호흡으로 어울려 모처럼 격조높은 무대를 연출했
다. 제각기 원숙한 연주력으로 객석을 사로잡은 협연자들 가운데 제니
퍼 고의 호연은 특기할 만하다. 올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 1위없는
2위로 입상하면서 우리 음악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그가 이튿날
수원 시향과의 협연(바이올린 협주곡)에서 보여준 기량은 소름끼치는
것이었다. 트리플 스토핑 등 카덴차에서의 기교와, 거친듯 프레이즈를
끌고가는 힘도 가공할만한 것이었지만, 무엇보다 브람스를 읽어내는 탁
월한 눈 을 그는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기교만으로는 도달할 수없
는, 고도로 완성된 연주세계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만17세 소녀의 바
이올린치고는 놀라운 것으로 비쳐졌다. 브람스의 음악은 흔히 복선이
치밀하다고 일컬어진다. 두툼한 화성과 견고한 구성으로 해서 함부로
덤빌 수없는 난해함이 브람스세계의 한 특징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작곡자를 불러와 혼을 섞듯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여유롭고 당당한 활놀
림으로 대곡을 풀어헤친 제니퍼 고. 이미 완성된 기량을 폭죽처럼
터뜨린 이날 연주를 지켜본 음악팬들은 또 하나의 미래의 명궁을 예감한
듯 행복한 표정이었다. 김용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