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 위기감 얼마전 일본 최대의 증권회사인 노무라증권이 일본경
제신문에 전면 광고를 게재한 적이 있다. 이 전면광고에는 활짝 핀
나팔꽃 모양을 우측으로 뉘어놓은 형상으로 두개의 예상 주가그래프가 그
려져있다. 하나는 위를 향해 치솟는 그래프였고, 다른하나는 아래쪽을
향해 가라앉는 그래프였다. 과거처럼 모든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호송
선단형 기업성장 시대는 이제 끝나고, 앞으로 치열한 국제경쟁시대에는
경쟁에서 이겨 살아 남는 기업군 과 그 외의 탈락기업군 으로 명확
히 분류되는 주가 양극화현상이 필연적으로 일어날 것을 예언하는 내용이
다. 노무라증권은 주식분석가들을 총동원, 경쟁에서 이겨 살아남을 기
업군 의 주식을 고객에게 추천하겠다는 광고를 게재, 자못 흥미를 끌고
있었다. 세계 초일류라고 자부해 온 일본 기업들이 오늘날 직면하는
국내외적인 경쟁상황은 냉엄해져 위기감마저 팽배하다. 정부가 앞에서 깃
발을 흔들며 대기업들을 줄줄이 이끌어가던 호송선단시대에는 모든 기업이
다같이 승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정부의 보호막은 걷혔다.
모두가 승자가 될 수는 없고, 탈락자가 속출하는 현실이다. 한 조
사보고서에 의하면 일본 제조업의 94년도 국내 생산액이나 설비투자는
전년도와 비슷하지만, 오히려 해외 생산액이나 설비투자는 20%나 증가
할 것이라고 한다. 또 조사대상 기업의 76%가 제조업의 공동화가 앞
으로도 진행될 것임을 예측하고 있다. 반면에 아직 완전한 무역흑자로
전환되지는 않았으나, 활기가 넘치는 미국경제의 불황극복 과정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는 개방경제의 고수와 과감한 규제완화, 시장원리의 철
저한 관철이 그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산업의 또 하나의 특징
은 가격혁명 내지 가격파괴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연쇄점
인 월마트는 매일 가격인하 라는 구호아래 좋은 것은 비싸다 라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20세기에는 냉전
이데올로기, 인플레가 공존하던 시대였지만 21세기에는 세계경제질서 자
체가 수요감퇴에 따른 디플레시대로 이행되고 있어 이에 대처하는 길은
오직 파격적으로 가격을 인하, 극심한 경쟁에 대처하는 방법뿐이라는 것
이다. 값 낮추기 경쟁 비단 연쇄점뿐만이 아니다. 지역독점사업이라
할 수 있는 전력까지도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값싼 다른 주의 전력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임금도 시장원리에 따라 신축적으로 적용되고 있
다. 미국의 자동차업계의 경우 빅3 는 과거 6년간 13만명의 인원
을 삭감했고, 또 향후 5년간 인플레 상승률에 못미치는 임금상승조건에
노조들은 동의하고 있다. 물론 가격파괴가 진행되기는 일본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실제 국내 산매시장의 가격인하는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을 드나드는 승객의 70%가 외국 항공사를 이용하고 있어
존폐의 위기를 의식한 일본 항공업계도 가격파괴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일본은 과거 정부규제하에 과보호되던 내수시장에서 엔고
로 인한 국내외가격차의 시정, 복잡한 유통구조의 개선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일뿐, 전면적인 시장경쟁 원리의 소산은 아직 아닌 것같다. 전문
가들중에는 일본경제 불황이 엔고에 원인이 있다기 보다는 낮은 생산성,
높은 관리비 등 과도한 규제와 보호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 이
때문에 규제가 더욱 완화되면 일부 제조업은 물론, 금융산업의 공동화도
빠른 속도로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
진출한 금융기관이나 지점, 사무소 또는 지역본부를 유지비가 싼 홍콩
이나 싱가포르로 이전하고 있어 일본 금융관계자들은 금융시장의 공동화를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예컨대 동경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외국기업도
최근 상장폐지와 더불어 철수하는 회사가 증가, 외국상장사가 1백27
개사에서 98개사로 줄어들었으며 거래량도 매년 대폭 감소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탈냉전시대, 세계무역기구(WTO)체
제 출범과 더불어 시장의 국경이 없어져 가고 있는 이때에 일본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결코 강건너 불이 아니다. 21세기의 세계경제 자체가
가격파괴시대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기업경영자들의 혁신적인 의
식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경영자들은 무국경시장이 형성되어가는 과정에
서 궁극적인 생존전략으로 상품-서비스시장에서 가격파괴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가 중요하게 되었다. 한국기업의 고비용 구조, 즉 임금을 비롯한
경직적인 원가구조가 시급히 해결되어야 하며, 이는 경영의 과감한 리
스트럭처링(기업재구축)을 통한 비능률적인 요인의 제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경영의식 전환을 세계노동시장은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생산
성 향상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중간관리층이나 사무직의 대폭적인
감원과 더불어 조직개편을 통한 합리화, 가격파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일부 국내 가전사
들의 가격인하가 신선한 충격을 주고는 있지만 이는 아직 가격파괴의 서
곡에 불과하다. 제조업이나 금융산업을 포함한 서비스업을 막론하고 모두
가 목전에 둔 가격파괴시대에 대비하고 국제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제고시킬
채비를 할 때이다. 한국증권거래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