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형 87년 출소 37년만에 재회 설렘/KNCC-성공회 등 교계
후원모금 계획 마약왕국 쿤사지역을 탈출,천시만고끝에 조국의 품에 안
긴 문충일씨(57.원명 문신봉)의 형이 남한에 살고 있는 것으로 24
일 알려졌다. 지난 12일 입국한 문씨 가족은 문씨의 3형제중 맏형
인 상봉씨(70)가 전주시 완산구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기쁨
을 감추지 못했다. 37년전 만주에서 헤어져 각기 다른 고난의 길을
걸어왔던 문씨 형제는 설레는 마음으로 재회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문씨가 뒤늦게 확인한 형제들의 삶은 너무 기막혔다. 문씨 자신은 중
국에서 반동분자로 낙인찍혀 20년간 고생하다 탈출, 5년동안 동남아
오지를 전전한 끝에 한국땅을 밟았고, 형 상봉씨는 북한의 대남사업에
희생돼 남파공작원을 실어나르는 선박의 선원으로 일하다 검거, 28년을
복역하고 7년전 출소했다. 북한에 있는 둘째형(희봉) 역시 아버지가
월남했다는 이유로 두메산골에서 노역을 하며 힘겹게 살고 있다고 문씨
는 전했다. 3형제 모두가 중국과 남-북한에서 기구한 삶을 영위해온
것이다. 문씨 형제의 파란만장한 고난사는 1941년 일제의 압박을
피해 고향인 평북 용천을 떠나 만주로 이주하면서 시작됐다. 일제패망후
중국공산당이 유산계급을 탄압하기 시작하자 문씨의 아버지(작고)는 나
중에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남한으로 갔다. 큰형 상봉씨와 둘째
형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 팔로군에 입대해 계급투쟁은 간신히 모
면했다. 그러다 49년 팔로군 소속 조선족이 조선인민군에 편입돼 북한
으로 가면서 문씨는 형들과 헤어졌다. 57년 상봉씨가 휴가를 받아
만주에 찾아온 것이 문씨 형제의 마지막 만남이었다.만주에 남은 문씨는
부친이 서울로 도피했다는 사실이 발각돼 중국 공산당의 핍박을 받았다
. 그 충격으로 문씨의 모친은 "아버지를 찾아가라"는 말을 남기고 자
결했다. 설상가상으로 60년 남한으로의 탈출 계획이 동포에 의해 밀고
돼 문씨는 10년간 옥고를 치르고 79년까지 수용소에서 강제노역을 했
다. 내몽골지역에서 종교활동을 할 때인 85년쯤에야 문씨는 북에 있는
조카들과 연락이 닿아 형제들의 소식을 알게 됐다. 형 상봉씨는 59
년 선박이 발각돼 붙잡혔다. 북에 있는 두딸이 각각 4살과 2살때였다
. 그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87년 출소, 지금은 조용히 신
앙생활을 하며 남은 생을 보내고 있다. 문씨는 다음주초 형을 만나러
갈 계획이지만 함께 모여살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난민자
격으로 입국, 정부 보조를 전혀 받지 못할 뿐 아니라 현재 임시로 살
고 있는 곳도 다음달 철거예정이어서 당장 거처를 마련해야할 절박한 처
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이런 문씨
가족의 정착을 돕기 위해 김성수성공회주교 등 교계 원로인사들과 후원회
를 결성, 곧 모금운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박기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