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49주년. 올해 TV의 광복 특집은 괄목할 역작은 없었으나,
시점이나 소재에서 균형있는 편성을 한 점이 돋보였다. 그동안 특집들이
과거에 집작했던데 비해 올해는 과거와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문제까지
도 짚어보려는 기획들이 눈에 띄었다. 또 역사의 큰 수레속에 가려있던
작은 흔적들을 조명하고, 상처를 딛고 홀로 서려는 개개인의 의지까지
도 프로그램에 담아내는 성숙된 의식도 특징으로 꼽을만 하다. 그러나
제작의 짜임새나 완성도에는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아 모처럼의 좋은
기획의도를 충분히 살려내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과거의 조명중에서는
KBS1이 14일 방영한 긴급입수, 격동의 기록 해방정국 1년 이
볼만했고 사료적인 가치도 컸다. 당시의 긴박한 정치적 사회적 사건들
을 영상뉴스로 기록한 미국의 필름을 입수 공개한 이 프로는 제3자의
시각에서 그때의 상황을 전달했다는 점에서 해방공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하나의 역사적 실체를 전문가 한두명의 증언이나 설명
으로 보충하려한 해설은 발상 자체가 무리였을 뿐 아니라 사족처럼 느껴
졌다. 공영인 KBS1은 김순남의 음악세계 와 신주쿠 양산박 이
라는 두편의 개성있는 프로그램을 편성, 광복의 또다른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김순남 이 남북분단으로 인해 가려졌던 한 민족예술가의 삶
을 새롭게 조명했다면, 신주쿠 는 역사의 멍애를 딛고 자신들의 삶
을 개척하는 재일교포 2~3세들의 열정과 의식을 이해시키는 역할을 했
다. 인디컴이 제작한 신주쿠 양산박 은 긴 제작시간을 통해 한 연극
집단 구성원들의 삶을 추적했을뿐 아니라, 그들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하려는 제작진의 젊은 의식 이 새롭게 와 닿았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이 다큐멘터리는 구성이나 편집이 산만했고,그들의 내면을파고드는집요
성이부족해 공감대를 약화시켰다. 올해 8.15특집중에는 유난히 일본
이나 북한의 오늘을 다룬 내용들이 많았다. 한국속의 일본인들을 취재한
MBC 다큐멘터리, 두만강 압록강 등 국경의 변경에 사는 북한난민들
의 생활상을 담은 SBS의 변경을 가다 등도 그같은 기획들이다.
그러나 한일관계나 남북관계를 다루는 기획들은 어딘가 시야가 좁다는 인
상을 지울 수 없다. 광복 반세기를 맞는 내년에는 보다 넓은 시각,
과거보다는 미래지향 차원의 역작 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정중헌.문화
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