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탕-온탕 . 한국은행의 돈줄 관리에 붙는 별칭이다. 돈줄을 풀었
다가 느닷없이 조이는 식으로 냉탕-온탕이 반복된다는 뜻이다. 그만큼
예측하기가 힘들다는 얘기이다. 실명제 실시후 지난 1년간은 그야말로
온탕(온탕)이었다. 은행들은 그동안 돈이 남아 주체하질 못했다. 중
소기업 부도를 막기위해 한은이 엄청난 돈을 풀어주었기 때문. 한때
대출세일 이 유행했고, 자동대출을 보장해주는 신상품 개발경쟁이 붙을
정도였다. 지난 7월말까지는 이런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다 7월28
일 하룻동안 상황은 1백80도 바뀌었다. 한은이 은행 자금담당 상무들
을 불러 돈줄을 조이겠다는 강경방침을 통보한 것. 은행들은 "온탕에
앉아있다 찬물세례를 받은 격"이라고 푸념했다. 이 때부터 한여름 돈가
뭄이 시작됐다. 단기금리가 법정최고금리(연25%) 수준까지 오르고,
제2금융권은 매일 부도위기에 몰리는 상황이 계속됐다. 이상이 최근 자
금시장 대혼란의 전모이다. 한은은 "은행이 자승자박(자승자박)한 대
가"라고 책임을 은행들에게 돌리고 있다. 은행들의 방만한 자금운용 탓
이란 얘기다. 그 증거로 가계대출, 카드대출등 소비성대출이 급증하고
각 은행이 주식투자에 열을 올린 점등을 제시한다. 여러번 사전경고를
주었음에도 불구, 은행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한은은 꼬집고 있다.
하지만 은행 탓으로만 돌릴 일일까. 이를테면 중소기업금융 전문은행인
중소기업은행도 지준이 구멍날 위기에 몰렸었다. 그 원인은 가계대출
때문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가장 중요한 돈줄인 상업어음 할인대출을 많이
해주었기 때문이다. 반면 가계대출을 가장 많이 늘려주었던 H, C은
행은 지준제재를 피해나갔다. "은행들이 시속 2백㎞로 과속을 하는데
어떻게 휘발유를 대주는가"(김영대한은 자금부장). 여기서 과속 이
란 가계대출 등에 대한 방만한 자금운용이고 휘발유 란 한은의 자금지
원이다. 위험하게 과속하는 은행을 제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
지만 은행이 시속 2백㎞까지 속도를 올릴동안 한은은 무얼 하고 있었는
지 의문이 든다. 시속 2백㎞ 지점에서 함정수사 를 하기 보다는 시
속 1백50㎞ 쯤에서 미리 제동을 걸어주었어야 마땅한 일이 아니었을까
. 자금시장 대혼란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냉-온탕식 통화관리 방식에
근본적인 수술이 가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온탕에 들어있는 사람에게
찬물을 끼얹으면 심장마비에 걸리는 법이다. 박정훈.경제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