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먹는 음식을 갖고 눈을 속이려는 상술만큼은 어떤 경우에도 용
납돼서는 안될 일이다. 식품안전에 관한 외국 법제들이 하나같이 엄격하
고 단호한 것은 그것이 국민 건강에 직결되기 때문임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식품안전에 너무 많은 사각지대를 안고 있다.
국민 소득이 7천 달러를 넘어 섰어도 여전히 가짜 식품, 독성 식품
, 불량 또는 불완전한 식품들이 다반사로 유통되고 있다. 땅에 떨어진
상도덕이나 인간 경시의 사고도 문제이지만 공적 감시나 법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엊그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식품의
반입 날짜를 변조해 판매한 6개 대형 백화점에 대해 고작 1천5백만
원의 과징금만 물리게 했다. 사기혐의로 형사고발하지 않은 것은 "전례
가 없기 때문" 이란다. 결국 백화점들은 앞으로 반입 날짜를 아무리
변조해도 고발되지 않는 전례가 생긴 셈이다. 가짜 한우 쇠고기를 팔
아도, 세균이 득실거리는 생선을 팔아도 벌금 몇 푼이면 지나가는 허술
하기 짝이 없는 공공행정 탓에 오로지 국민들만 손해보고 건강을 해치는
일방적 피해자가 되고 만다. 소비자 보호단체가 그렇게 많아도 문제의
근본은 도시 고쳐지는 것 같지가 않아 보인다. 최근 일본 후생성은
식품제조일표시 의무화를 내년부터 사용기한표기로 바꾸기로 했다. 우리
는 통상압력을 핑계로 진작부터 제조일표시를 없앴지만 흥미로운건 일본
제조업자들이다. 소비자 단체가 크게 반발하자 전국 6백여 가공식품 제
조사들은 정부계획에 상관없이 제조일표시를 유지하겠다고 선선히 결의했다
. 똑같은 사안을 두고 이렇듯 생각은 대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