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6시쯤 30여명의 대학생들로부터 화염병 세례를 받아 전
소된 서울 동부경찰서 민원봉사실은 검게 불에 탄 집기들과 물에 젖은
서류들로 뒤범벅이 돼 있었다. 서류정리를 위해 비상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온 직원들은 "이제 경찰서까지 "라며 대학생들의 무모한 행동에 대
부분 말을 잇지 못했다. 동부서 민원봉사실은 이날 보수공사로 전혀 업
무를 볼 수 없어 경찰서를 찾아온 1백여명의 시민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경찰은 "학생들의 기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정보가 있었지만
새벽에 워낙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속수무책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새
벽 동부경찰서에 화염병을 던지고 달아난 학생들은 10여개의 쇠파이프까
지 준비해 만일에 있을 몸싸움까지 고려하는 치밀함 을 보였다. 이날
오전 6시를 전후해 거의 같은 시각에 동부경찰서 외에 용산서 한남파
출소, 성북서 정릉파출소등 서울시내 8곳의 파출소도 각기 20명 남짓
의 대학생들로부터 화염병 세례를 받아 내부집기가 불타고 유리창이 깨지
는 등의 피해를 입었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날 시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습시위를 벌였던 학생들의 정체 는 아직 밝혀지지 않
았지만 경찰은 서울지역대학총학생회연합(서총련.의장 이종욱 한양대 총학
생회장) 소속 대학생들이 13일 55명의 서총련 간부학생 검거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기습시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경찰에
검거된 이종욱 서총련의장(24)은 지난 5월 광주 조선대에서 열린 제
2기 한총련 출범식에서 배포된 출범선언문이 친북-용공 성향을 띠고 있
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6월초 수배됐었다. 출범선언문은
6.25전쟁을 조국해방전쟁 으로 규정하는 등 북한측의 주장과 시각이
전문에 넘쳐 흐르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서총련 소속 학생들은 경찰이
서총련 간부들을 검거한 것과 관련, 이날 동부경찰서에서 뿌린 서총련
중앙상임위원회 폭력연행에 대한 규탄문 이란 유인물을 통해 "경찰은
13일 60명의 서총련 중앙상임위원들을 폭력연행했다"고 경찰의 폭력
성 을 비난했다. 유인물에는 또 청년학생들은 성숙한 시위문화 창조를
위해 노력해왔다 는 말도 들어 있었다. 서총련 소속 학생들은 그럼
에도 정작 자신들은 쇠파이프까지 휴대, 공공기관과 공공차량에 화염병을
던지는 폭력-방화행위를 전혀 주저하지 않는 이율배반 을 보여주었다
. 어떻게 경찰의 법집행은 폭력 이며, 공공기관과 차량을 새벽에 기
습해 불을 지르는 자신들의 행위는 폭력 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을
까? 6.25남침을 조국해방전쟁 이라고 주장하듯, 자신들의 방화-폭
력이 혹 조국광복운동 쯤 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화염병에 불탄 집기들을 치우던 한 경찰관이 화난 목소리로 내뱉었다.
"그 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서 온 별종들이야?" 박순욱.사회부기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