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에서 쏟아낸 유렵의 시각예술 /노대륙의 미술-박물관 걸작순례/
중세회화서 현대디자인까지 새시각 조명 이미지문화지도 역할 미술관과
박물관으로 보는 유럽지도. 사진작가이자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는 정진국
씨가 최근 5년동안 유럽대륙을 돌며 중세이후 유럽의 대가들과 현대의
디자이너들이 내놓은 걸작들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다리품 을 팔아 정
씨는 최근 예술기행집 이미지와 디자인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
다 (비룡소간)를 냈다. 유럽의 미술 문화유적 답사기이자 예술을 찾는
배낭여행의 기록물이다. 정씨의 지도는 일반적인 지도와 좀 다르다.
그는 파리, 프라하, 밀라노, 마드리드를 큰 축으로 삼아 한 폭의
그림, 한 점의 디자인제품을 통해 오늘의 유럽이 자랑하는 이미지문화
의 지도를 완성했다. 정씨는 그 유명한 루브르박물관에서부터 스페인
세비야의 시립미술관에 이르기까지 내로라하는 미술관과 박물관을 돌아다
녔다. "플로렌스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피렌체의 6월 하늘은 중세의
어느 초여름날을 연상시킨다. 그 아래로 펼쳐지는 잘 익은 살구빛 지
붕들은 이 오래된 도시를 더 그윽한 모습으로 감싸주고 있다. 아마 잠
시 머물렀을 중세의 떠돌이 화가들은 지금 하늘을 나는 비행사보다 훨씬
일찍부터 천상의 시선으로 이런 정경을 내려다보았을 것이다." 영상
화된 언어로 기술 저자의 글들은 마치 카메라로 사물을 잡아내듯 시각
적 연상을 불러일으킨다. 이탈리아말로 카메라가 방을 뜻하듯이 기행집
이미지와 디자인 은 유럽의 회화와 조각들을 담고있는 거대한 상상력
의 방과 같다. 독자들은 마치 미술관의 회랑을 지나듯 저자의 글이라는
카메라를 통해 유럽을 들여다본다. 천상에 오르고자 하는 인간의 욕
망을 상징하는 바벨탑처럼 하늘을 찌르고 있는 쾰른 대성당. 1248년
주춧돌을 놓기 시작해서 6백여년 동안 지어졌고, 2차대전 당시 미군
은 쾰른을 융단폭격하면서도 이 아름다운 고딕양식의 성당만은 제외시켰다
. 저자의 발걸음은 쾰른의 뒷골목의 화랑가로 들어간다. 만화 속의 이
미지를 화폭에 확대해 옮겨놓은 팝아트 의 대가 로이 리히텐스타인의
작품들처럼 가장 현대적인 미술을 수집해놓은 루드비히 미술관, 발라프
리하르츠 박물관도 소개한다. 저자는 1천여개가 넘는 다리의 도시 암
스테르담에서 여신을 그렸던 옛 네덜란드의 화가들이 창부를 그리게 된
내력을 들려준다. 스페인제국과 연루됐던 귀족들이 몰락하면서 화가들은
후원자를 잃게 됐고, 새롭게 부상한 부르주아들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에로티시즘이 가득한 풍속화로 방향을 돌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암스테르
담의 미술관에는 그같은 풍속화외에도 17세기 북유럽 예술의 꽃을 피운
렘브란트같은 대가들의 그림도 있다. 역사-이념적 배경 설명 저자
의 시선은 회화나 조각의 고전들에만 가 있지 않다. 그는 유럽의 자본
주의를 받쳐주고 있는 디자이너들의 숨은 노력을 놓고 탐미적으로 밝혀낸
다. 앵발리드의 군사박물관, 오펜바흐의 가죽과 구두 박물관, 유모차에
서 운구차까지 온갖 탈것 을 모은 콩피에뉴 박물관, 라 데팡스의 자
동차박물관 등에 전시되어 있는 또다른 걸작들을 감상한다."구두는 17
세기에 등장한 뒤축과 함께 급격한 변모를 거듭하면서 비록 상류계층에
제한된 것이긴 하더라도, 지역과 시대에 따른 취향의 다양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보석으로만 치장된 신발이 있는가 하면, 굽 높이가
30㎝가 넘는 뾰족구두나 베네치아의 곤돌라를 모방한 구두도 눈에 띄
었다. 또 콩쥐 팥쥐나 신데렐라의 가슴을 죄게 했던 구두들도 모두 1
7세기의 산물이었다. 오죽 구두를 멋지게 생각했으면 구두 모양의
술잔까지 등장했을까 ." 벨기에 최대의 항구도시 안트베르펜에 가면
루벤스 하우스가 있다. 초대형 화폭에 그림을 그렸던 루벤스는 고대의
모자이크 벽화와 현대의 예술적 디자인으로 꾸며진 벽지의 중간에 해당하
는 장식화를 그렸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오늘날 일러스트레이터
라는 직종이 생기기 전에 요즘으로 치면 컷 이나 삽화에 해당하는 그
림에서도 뛰어난 걸작을 남겼다는 것이다. 이미지와 시각을 을 통
해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미술을 고색창연한 예술로만 여기지 말고, 우
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미술을 가까이 느끼자는 것이다. 회화의 아름다움
못지 않게 자동차의 곡선에서도 뛰어난 미학을 감지할 수 있고, 팝아
트의 그림을 넣은 찻잔을 통해 돈을 버는 유럽의 기업가들로부터 배울
것이 있지않느냐는 얘기다. 저자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시각예술에
종사하거나, 종사하려는 사람들 이외에도 일반 애호가나 단순 관광객들조
차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들르는 일은 통과의례처럼 되어있다"면서 "왜
저런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무엇이 그토록 후세의 작가들에
게 줄기찬 영향을 주어왔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작의 역사 사회 지
리 이념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기행집 출간
의 변을 털어놓았다. 박해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