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관사 2백95명 "세울순 없다"/시민들 카풀제등 지혜도 한몫/
단축방침 바꿔 정상운행 서울지하철은 별탈없이 달리고 있다. 시민의
발을 묶는 노조의 전면파업에도 불구하고 경력기관사와 파업에서 돌아온
기관사들이 합심, 전동차를 정상운행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파업 첫날
인 24일 새벽4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서울시내 각 승무사무소에
대기중이던 기관사출신 직원 2백95명이 현장에 긴급 투입돼 다시 운
전대를 잡았다. 여기에 복귀한 36명의 기관사 노조원이 힘을 합쳤다.
이에따라 이날 오전 5시30분부터 운행이 시작된 서울지하철은 거의
정상을 유지, 평소처럼 귀중한 시민의 발 노릇을 했다. 파업 이전과
마찬가지로 전노선에서 1백56편성의 전동차가 한치의 오차도 없이 2
분30초~3분의 간격으로 운행된 것이다. 사상 초유의 철도-지하철
연계파업이 벌어진 이날 오전 서울시내가 최악의 교통지옥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기우로 바뀐데는 이같은 기관사들의 숨은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이날 오전 서울 시내는 평일 아침의 정체수준을 크게 넘지
않았다. 전날과 같은 전철운행 중단도, 아비규환도 없었다. 여기에
는 출근지옥을 예견한 시민들의 지혜도 큰 몫을 차지했다. 이날 많은
시민들은 혼자 타고 다니던 차들을 집에 두고 방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차 한대에 동승해 출근길에 나섰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사는 김세일
씨(43.회사원)도 그중 한사람.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의 두사람을
태워 회사가 있는 여의도로 출발했다. 시내 중심가에 회사가 있는 사람
들 가운데는 아예 회사에 차를 두고 퇴근했다가 버스로 출근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출근 지옥을 우려해 회사 근처 여관, 또는 회사동료나
친구집에서 자고 출근한 시민들도 많았다. 이 때문에 종로등 회사들이
몰려있는 곳 근처의 여관들이 때아닌 재미를 보기도 했다. 서울시와
공사측은 당초 파업 이틀째인 25일부터 차량편성수를 줄이고 운행시간을
18시간30분에서 16시간으로 단축하는 한편, 운행시격을 비러시아워
대에 4~6분에서 10분으로 늦출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방침을
바꿔 정상운행을 계속키로 했다. 시민들의 지혜에다 파업 참가 기관사
중 현업에 복귀할 뜻을 비친 기관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이다. 후배들 대신 이날 운전석에 앉은 구로승무사무소 소속 지도기관
사 이성인씨(47)는 "어쨌든 지하철은 달려야만 한다는 생각에 전동차
를 다시 몰게 됐다"며 "하루빨리 파업사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희
망했다. 설완식-김태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