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흉내-끝나기전 박수도 거장들 호연 무색 분위기 깨뜨리기 일쑤
클래식 음악이 연주되는 공연장. 청중들이 침도 삼키지 못하고 긴
장한 채 감동에 빠져들 무렵 어디선가 느닷없이 "삐리릭"하는 휴대전화
신호음이 울린다. 에잇 하는 푸념과 함께 객석 여기저기서 의자가
삐걱댄다. 이동 통신기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공
연장에 무선호출기 (삐삐)- 휴대전화(핸드폰)가 빚는 이같은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만발하고 있다. 정적을 깨고 울려대는 삐삐와 전화음은
무대와 객석의 연주 호흡과 감상 리듬을 망가뜨리고, 음악회장의 분위기
를 흐트러놓기 일쑤다. 이동 통신기기 해프닝은 명사들이 몰리는 큰
규모의 공연일수록 심하다. 뉴욕 필하모닉의 내한 연주회가 열린 16
-17일 밤 세종문화회관에선 이동 통신기기로 인한 소음과 소란이 공
해 의 지경에 이르러 음악애호가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샀다. 소음
뿐이 아니다. 연주가 채 끝나기도 전에 박수를 터뜨려, 연주자의 호흡
은 말할 것도 없고 잔향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객석의 감상호흡을 무참히
동강내는 성급함은 아직도 여전하다. 심지어 첫날 공연 때는 모자도
벗지 않은 한 관객이 주위와는 아랑곳없이 객석에 앉아 팔을 휘저으며
지휘 흉내를 내는 몰상식까지 연출했다. 쿠르트 마주르와 뉴욕 필하
모닉의 호연에 비해 연주자와 청중이 한 호흡으로 어울리는 감동의 무
게가 덜했던 것은 이처럼 준비되지 못한 청중 의 책임이 컸다는게 음
악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둘째날 연주가 시작되기전 주최측은 청중
에게 휴대폰과 호출기를 꺼달라는 장내방송을 했다. 그러나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 2악장이 연주될때 객석에선 또 삐삐가 울었다. 외국에선
공연장마다 로비에 물품보관소를 따로 마련해 두고 옷가지-핸드백-통신
기기 등 휴대품을 맡기도록 한다. 우리 나라 공연장에는 보관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최선의 방법은 관객 스스로 이동 통신기기 휴
대를 자제하는 것이다. 공연장까지 이들 기기를 가지고 왔다면 기기의
전원을 끄는 주의가 아쉽다. 삐삐의 경우 소리대신 진동으로 호출받
도록 전환해도 되지만 이 경우에도 알람 세팅을 그대로 두면 특정 시간
에 알람음이 들리므로 주의해야 한다. 앞으로 공연장은 공연장대로 청
중들을 상대로 계몽을 펴 나가야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것
들을 미리미리 챙기는 음악 팬들의 마음가짐이다. 김용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