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준부다 높은밧 재조정 필요/비싼작품 거래집중 중산층 외면/
미술품담보 금융대출제 제의도 "화려하고 수사적인 말만 갖고는 국제
화가 안된다. 주도면밀한 계산과 전략을 구사하는 실전부대가 있어야한다
. 국제화의 총알은 돈이다.""기업이나 법인체들의 미술에 대한 인식
이 어떤 수준인지 아는가. 모은행에는 그동안 어떤 연유로든 소장해온
미술품이 3천억원 가량 되는데 이것들이 공구 비품 항목으로 처리돼
있다." 한국화랑협회(회장 권상릉)와 문화체육부가 공동주최한 미
술의 대중화와 국제화시대의 대응 을 주제로 한 세미나(27일.국립민속
박물관)에는 많은 미술인과 정부 관계자, 일반 컬렉터들이 참석, 현단
계 한국미술의 국제화-대중화 방안에 대해 열띤 토의를 벌였다. 사
회 각분야에 불어닥친 국제화 바람에 따른 문화시장의 개방, 이로인한
국내미술의 자생력 확보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인 탓인지 발표자나
토론자나 공개된 자리에서는 근래 드물게 솔직하고 진지하게 한국미술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국내 미술시장의 현황과
대중화의 과제 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최병식씨(미술평론가)는 한국 미
술시장의 숙제를 "투명한 거래행위를 통해 열린 미술시장 구조를 정착시
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미술평론가로서 10여년 미술시장을 지
켜본 나 자신이 어떤작가가 어떤 기준에의해,어떤 가격에 거래되는지 모
르는데 일반인들이 이를 어떻게 알겠는가"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
나마 미술품 거래의 대다수가 원로 중진들의 중-고가 작품에 집중돼있어
중산층의 외면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국제 수준에 비해 상대적
으로 높은 국내 미술품 가격에 대한 재조정이 어떤 식으로든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컬렉터인 강효주씨(보람은행 태평로지점장)는
미술 거래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미술품을 담보로 한 금융대출제도
의 도입 을 제시, "이제는 신용 하나만 믿고도 무담보 대출까지 하는
마당인데 미술품이라도 갖고와 보다 확실한 담보를 하겠다는데 은행들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술평론가 류준상씨(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는 "90년대의 세계미술은 한마디로 침체기이며
항로를 잃은 배처럼 방향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쩌면 이처럼
지배적인 이슈가 없는 상태가 한국 미술 국제화의 호기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씨는 "세계 도처의 수많은 국제미술전들
은 대부분 돈놓고 돈먹기의 측면이 있으며, 여기에서 부각되기 위해선
치밀한 문화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제거래의 경험이 비교적
많은 이호재씨(가나화랑 대표)는 "한국 미술은 이제 세계미술의 변두리
에서 중심으로 진입하는 과도기적 단계"라고 진단하고 "그러나 국제 미
술계는 아직 한국미술 자체보다는 미술시장의 돈에 더많은 관심을 기울이
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적지 않은 해외 작가들의 작품이
비싼 값에 국내에 유입되고 있으나 이중 명품들이 과연 몇점이나 되겠느
냐"며 세제와 통관절차 등 관련 제도의 개선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