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가서 변신 전문지 창간/기성수사 거부 참신함 추구 원하는
명반이 있는 곳이라면 지구끝까지 달려간다. 레코드음악을 즐기는 골수
매니아라면 한번쯤 이런 열병을 치렀을 것이다. 열병은 때로 지병으로
깊어져, 머리가 희끗해질 때까지 중고점등 레코드 사파리를 기웃대며 명
반사냥에 집착하는 수집광도 많다. 음악열병을 앓는 20대들이 레코드
비평 전문지를 창간해 레코드-잡지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있다. 애
호가에서 비평가로 변신한 무서운 아이 들은 전진수(30) 김헌진(2
9) 이상훈(27) 이일호(26)정순화씨(26). 이들은 전씨와 레코
드광 신범준씨(32) 주도로 지난1월 창간호를 낸 월간지 레코드 리
뷰 에 프로 뺨치는 신보평을 기고, 황금귀 로 대접받아온 이바닥 선배
비평가들의 붓끝을 무색케하고있다. "한달에 국내에 쏟아지는 클래식신
보만 1백여 타이틀이 넘습니다. 앨범을 밑도 끝도없이 수집하고 동호인
들과 토론하다보니 레코드정보를 충실하게 소화하는 전문저널의 필요성을
절감했어요. 구렁이 담넘어가는 식의 기존비평도 성에 차지 않고 .
이런 비평도 있다 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1년여 다
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비평가로 나선 전씨는 레코드가에서 알아주는
수집광. 독문학자로 음악에도 남다른 귀를 가졌던 고 전혜린의 조카로,
음악지에 간간이 비평을 기고해오다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운동장을 마
련한 셈이다. 창간경비는 뜻을 함께 하는 후원자가 부담했다. 전씨는
신보평과 함께 프랑스 레코드 유통체인 프낙과 일본의 명반점을 소개하
는 등 해외취재를 맡고 있다. 전업필자 김헌진씨는 해외유학을 앞둔 정
치학석사, 이상훈씨는 백화점직원, 이일호 정순화씨는 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공학도다. 김씨는 슈니트케와 그라스 등 현대음악을 주로 집
필하고, 말러의 교향곡 레코드만 1백여장 수집한 이상훈씨는 브루크너
같은 장대한 호흡의 후기낭만쪽에 일가견을 갖고 있다. 레코드 리뷰
는 미국-독일의 권위지 팡파레 포노포룸 과 제휴, 매달 80~
1백10개 타이틀의 신보를 분석하고 있다. 국내에 막 선보였거나 출시
를 앞둔 웬만한 레코드는 거의 다루는 셈이다. 해외비평가들의 신보평
사이사이 겁없이 끼어드는 이들의 글발은 매섭다. 신보가 들어오면 취향
대로 나눠 듣고, 연주와 녹음상태별로 완성도를 따져 상중하로 점수를
매긴 다음 재킷사진과 함께 게재한다. 신세대비평을 담은 레코드 리
뷰 가 해외정보를 한발 앞서 전달하는 기동력으로 애호가들의 시선을 끌
자 당황한 쪽은 기존 음악지들. 각기 신보 리뷰란을 신설하고 레코드관
련 기획을 늘리는 등 편집체제를 바꾸었다. 이들의 레코드비평은 나이
지긋한 매니아들에게는 무모함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틀에 박힌
것, 기성의 수사를 거부하는 신세대 비평의식은 슈반 펭귄 같
은 세계적 CD 가이드북의 발간으로 다시 이어지고 있다. 김룡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