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창작-노련한 연기자 필요 SBS의 사랑은 생방송 오경장
이 17일 막을 내림으로써 TV 3사의 시트콤(시추에이션 코미디의 약
칭)이 모두 자취를 감췄다. SBS 오박사네 사람들 이 시청률을
높이자 지난해 가을개편에서 MBC는 김가이가 를, KBS 2TV는
합이 셋이오 를 신설, 한주에 4편의 시트콤이 안방에 쏟아졌다. 그
러나 KBS는 지난 2월 합이 셋이오 를 폐지했고, MBC 역시 지
난주 봄개편부터 일요일 밤의 김가 이가 를 내림으로써 시트콤은 1년
도 못가 전멸했다. 시트콤은 매회 소재를 달리하면서 코믹한 상황을
전개, 시청자들에게 부담없는 웃음을 주는 드라마의 한 장르이다. 미국
의 인기프로그램 코스비가족 이 대표적인 시트콤에 속한다. 빌 코스비
가 주역인 코스비 는 한 가정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애환들이 재미있
게 펼쳐져, 문화와 풍습이 다른 우리가 보아도 재미있을뿐 아니라 흐뭇
한 미소를 짓게 한다. 그런데 왜 우리 TV에선 시트콤이 전멸했을까
. 형식자체가 우리 정서에 안맞는 것인가, 아니면 역부족인가. 막은
내렸지만 그 원인분석은 철저히 해볼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실패원인
은 시트콤이란 장르를 너무 쉽게 생각한데다 보여지는 상황 자체가 자연
스럽지 못한데서 찾아야 한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적은 제작비들여
시청률은 올려보자는 얄팍한 상혼이 먹혀들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시트콤이야말로 많은 작가가 투입되어 집단창작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 소재 또한 수백가지 상황중에서 시청자들의 구미에 당
길만한 것들을 가려내어, 이를 기가 막힐 정도의 계산된 연출과 연기로
완성도 높게 제작해내야만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고차원의 장르
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첫째는 작가부재에 소재의 한계가 식상을
자초했다. 첨예한 감각을 지닌 작가군단이 요구되는 시트콤을 한 두
작가에 의존해 끌어가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였다. 둘째는 연출력의 미
숙이다. 시트콤이란 형식 자체가 상황을 코믹하게 끌어가되 연기는 일상
처럼 진솔해야 하는데, 우리의 경우는 등장인물들을 지나치게 희화시킨데
다 코미디같은 과장연기로 시청자를 웃기려다보니 드라마도 코미디도 아닌
난센스 공개쇼 가 되고 말았다. 셋째는 연기자들의 앙상블이 잘 이
뤄졌느냐는 문제다. 이는 작가나 연출과도 무관하지 않지만, 진실된
모습속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노련한 연기자가 적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여러 요인이 겹치다보니 시트콤이란 좋은 형식이 코미디프
로의 패러디촌극보다도 웃음의 농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스스로 막을 내려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 전멸을 재충전의 계기로 삼
아 본격 시트콤이 나올 수 있는 연구와 제작환경이 갖춰지기를 기대한다
. 정중헌.문화2부장